[미국 뉴욕=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미국 뉴욕 워싱턴스트리트 837번지. 과거 정육점들이 몰려 있어 ‘미트 패킹’ 지역으로 불렸던 이 곳은 현재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철길이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고가도로는 갖가지 나무와 꽃, 조형물들이 자리했다. 일상에 지친 뉴요커들이 여유를 즐기는 쉼터 ‘하이라인 파크’다. 맞은편에는 시민들의 디지털 놀이터인
삼성전자(005930)의 ‘837 마케팅센터’가 있다. 갤럭시 시리즈부터 셰프 컬렉션까지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들이 가득한 이곳을 지난 1일(현지시간) 찾았다.
삼성전자 뉴욕 837 마케팅 센터 전경. 사진/삼성전자
지상 6층 규모인 837센터는 지난 2월 문을 연 이후 지금껏 약 20만명이 찾았다. 1층은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놀이터다. 1층으로 들어서자 대형 인물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55인치 디스플레이 96개를 결합해 만든 가로 약 8.5m, 세로 약 10m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사진을 형상화한다. 맞은편에 위치한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모자이크 형태로 재구성돼 대형 디스플레가 사진을 담아낸다.
자신의 대형 사진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그 옆으로 돌아가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바닥부터 옆면, 천장까지 각종 디스플레이로 가득찬 터널에 들어서게 된다. 터널 속 사진들이 낯이 익어 들여다보니 바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체공개로 설정한 사진들이다. 디스플레이 터널 '소셜 갤럭시'다. 사용자가 관리자에게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알려주면 인스타그램 속 사진들이 300여개의 디스플레이에 펼쳐진다. 837센터 측은 당초 소셜 갤럭시를 5월까지 운영하려 했으나, 방문객들의 호응이 좋아 운영 기간을 9월까지로 늘렸다.
뉴욕 837 마케팅 센터의 대형 디스플레이에 관람객들의 사진이 모자이크 형태로 나타난 모습. 사진/삼성전자
관람객들의 소셜 갤럭시에서 자신의 인스타그램 속 사진을 찾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디스플레이 터널을 빠져나오니 건너편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VR 체험 기기인 '기어VR'을 착용하고 흔들리는 의자에 앉은 관람객이 지르는 소리다. 이곳은 기어VR을 활용한 각종 VR을 체험하는 곳이다.
1층이 다이나믹한 체험 공간이었다면 2층은 가전과 사후서비스(AS) 센터가 자리해 차분한 분위기다. 2층에 오르면 바로 눈에 띄는 AS센터는 삼성전자의 모바일과 가전 등의 AS를 접수받고 상담과 함께 바른 사용법까지 알려준다.
브랜드별 AS 센터가 전국에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베스트바이 등 대형 유통채널을 찾아 AS를 맡긴다. 각종 브랜드의 AS 접수가 몰리다 보니 처리까지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런 점에 착안, 자사 고객에게 더 빠른 AS를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 전문 인력들을 배치했다.
고객에 대한 배려와 함께 다른 제품 구입으로 유인키 위한 섬세한 전략도 엿보인다. 김진호 삼성전자 미국법인 차장(AS담당)은 "모바일 제품 위주로 AS 문의가 많고, 가전은 전문 AS 기사를 배치해준다"고 말했다. 또 "고객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각종 제품을 체험하다가 호출기가 울리면 AS센터로 오면 된다"며 "체감 대기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837 마케팅 센터 관람객들이 기어VR을 착용하고 가상현실(VR)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층과 2층이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3층은 각종 거래선과의 미팅 장소다. 실내에는 테이블과 소파가 마련돼 있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널찍한 테라스가 반긴다. 하이라인 파크를 거니는 시민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센터의 특징은 또 있다. 제품 전시와 체험 기회는 제공하되, 판매는 하지 않는다. 현재 고객과 잠재 고객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제품 알리기에 무게를 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을 체험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심어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향후 마케팅센터 추가 계획은 아직 미정이며, 현재 이곳 837센터의 정착과 성공적인 운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1층과 2층은 일주일 내내 오픈되며 평일에는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 일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다. 4층부터 6층까지는 삼성전자의 사무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뉴욕=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