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500만 시대)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젊은이들 "나 혼자 산다"

늦은 취업·결혼비용 부담 등 '헬조선' 세태 반영도

입력 : 2016-08-07 오전 10:53:49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06만1000가구다. 대한민국 가구형태 중 27.1%가 1인 가구로, 전체 가구의 4분의1이 나홀로 사는 가구인 셈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혼밥·혼술' 등 나홀로 문화는 물론, 시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1인 가구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은 늦은 취업과 부담스러운 결혼 비용 등으로 '나 혼자 산다'를 선택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낯설었던 '1인 가구'의 현주소를 파헤쳐 본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며 '혼밥(혼자 먹는 밥)''혼술(혼자 먹는 술)'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일명 '독서실 칸막이 식당'이 유행이다. 일본에서도 '혼밥·혼술' 문화가 자리를 잡으며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또 혼자서도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음식점 형태가 변해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1885661000가구였던 1인 가구가 지난해에는 5061000가구로 약 7.67배나 늘어났다.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1%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가구 형태 중 하나다. '1인 가구 500만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럼 1인 가구 급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늦은 취업과 만만치 않은 결혼 비용 등으로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늘었다. 특히 젊은층의 대다수가 집값 등 녹록치 않은 결혼 비용을 부담스러워 하며 결혼을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1인 가구 급증에 대한 원인을 샅샅이 파헤쳐 보면 우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다. 청년인구 감소와 더불어 늦은 취업과 결혼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5062만명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성장률이다. 우리나라 인구성장률은 20100.38%를 기록한 이후 줄곧 감소 추세다. 통계청은 오는 2031년부터 -0.03%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2060년에는 -1.0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성장률의 감소는 출산율과 관계가 깊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990년대 중바 이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2005년에는 1,08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24로 다소 상승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출산율은 낮은데 고령화의 속도는 빠르다. 통계청의 '2015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최근 노인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노령화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0을 넘어섰다. 총인구 5062만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66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에 달한다. 유엔(UN)이 정한 '고령 사회' 기준 14%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다. 현 추세라면 2030년에는 노인 비중이 24%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인구구조다.
 
두 번째는 결혼에 관한 가치관과 태도의 변화다. 20~30대 청년 세대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취업이 늦어지면서 결혼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미혼 여성은 8.0%가 채 안 되고 미혼 남성은 18.0%에 불과하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이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싱글족(1인 가구)의 경제적 특성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1인 가구 중 여성의 비중은 201066.1%에서 201469.0%로 상승했고, 남성의 비중은 33.9%에서 31.0%로 하락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의 증가세는 20·30대에서 두드러졌는데,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여성 직장인 이모씨는 "학력 인플레이션과 일자리 경쟁으로 취업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결혼에 대한 생각이 멀어지게 됐다"면서 "취업 후 여유가 생기는 무렵이 30대 중반이다 보니 결혼 적령기도 넘겼고, 결혼 후 출산과 육아를 생각하면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세 번째 만만치 않은 결혼 비용이다. '' 소리 나는 주거 비용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예식비용 등을 고려하면 결혼에 대한 부담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젊은층에서 '스몰웨딩·셀프웨딩' 등 작은 결혼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웨딩컨설팅 듀오웨드가 최근 우리나라 신혼부부 평균 결혼 비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8246만원이다. 평균 주택 마련비 19174만원을 포함하면 결혼하는 데 드는 비용은 총 27420만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622만원(15.2%) 증가했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30대 남성 직장인 전모씨는 "결혼 비용을 생각하면 결혼을 할 엄두가 안 난다"면서 "취업이 늦어지면서 그 동안 부모님한테 손 벌인 것도 죄송한데 결혼하겠다고 지원해 달라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며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풍조는 어쩌면 '헬조선'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사회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결국 1인 가구의 증가세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빈곤층, 청년층과 노년층 가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1인 가구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그에 합당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885년 66만1000가구였던 1인 가구가 지난해에는 506만1000가구로 약 7.67배나 늘어났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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