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철강업계가 난감해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산 ‘방향성 전기강판’에 대해 일괄적으로 37.3%의 반덤핑 관세를 내리며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국도 최근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면서
포스코(005490) 등은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무역조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로에서 선철이 제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상계 관세율을 최종 판정했다. 포스코는 반덤핑 관세율과 상계관세율이 총 60.93%, 현대제철은 13.83%로 결정됐다. 이러한 관세가 제품가에 반영되면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포스코는 최종관세율이 57% 가량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불공정 조사 여부를 검토해 향후 행정소송 또는 세계무역기구(WTO)제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국향 수출량에 대해 타국 전환판매 등의 방안을 통해 열연 수출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116만 톤의 열연강판을 수출했다. 이 중 포스코의 물량은 85만 톤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의 냉연강판에 대해 6.32~34.33%, 3.91~58.36%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내렸다. 이에 앞서 6월에는 한국산 부식방지표면처리강판에 대해 8.75%~47.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철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해 자국 철강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입재 전반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작년부터 발효된 '무역특혜연장법'은 미국의 반덤핑 제소 판정을 용이하게 이끌고 있다.
철강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전세계 28개국에서 총 169건의 대한 수입규제 조치가 적용되고 있는데, 철강금속이 이 중 절반가량(83건)을 차지했다. 글로벌 공급과잉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중국도 지난달 한국과 일본 등이 수출 중인' 방향성 전기강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조치를 내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6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일부 선진국들도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포스코는 철강제품의 절반을 수출하고 있는데 앞으로 동남아 등 주력시장으로 무역규제가 확산되면 우리수출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다"며 철강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견제했다.
철강업계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무역조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주기적으로 이러한 무역조치를 통해 자국산업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우리나라도 이에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철강제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는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국제적인 철강 수요가 늘어나 수급불균형이 해소되거나 과잉설비가 극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공급과잉 및 보호무역기조는 일상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