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발길 돌리나

리모델링 작업 시 내력벽 철거 3년간 다시 유예
재건축 규제 완화로 중대형 단지 중심 재건축 관심 높아져

입력 : 2016-08-10 오후 3:26:43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 작업 시 내력벽 철거를 3년간 다시 유예하면서 리모델링을 기대했던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리모델링 외에도 재건축 관련 규제가 잇따라 완화하면서 재건축 연한이 가까운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9일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때 주택 간 내력벽을 철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내력벽을 철거할 경우 아파트 지반에 박힌 '말뚝기초'에 하중이 가중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2019년 3월 이후에 관련 사안을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내력벽 철거 허용을 감안해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세웠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 조합과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리모델링 작업 시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기존 아파트에 비해 다양한 평면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3BAY, 4BAY로 변경이 가능해 채광과 환기에 유리하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3·4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증축형 3BAY 형태가 83%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 조합들은 그동안 내력벽 철거 및 보강 등 전면적 구조변경을 통한 리모델링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번 발표로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관심이 선회했다.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고, 재건축 연면적 기준이 폐지되는 등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사업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을 중심으로 200가구 미만 소규모 아파트단지의 재건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소규모 재건축에 한해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며, 사업절차도 간소화 돼 10년 정도 걸리는 일반 재건축에 비해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가 발표된 이후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관심을 돌린 단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미도 1차'의 경우 리모델링을 검토하다가 2014년 재건축 연한이 줄면서 조건을 채우게 되자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반포 미도 1차는 입지가 워낙 좋아 재건축 시 상품성이 크게 뛸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3000가구가 넘는 분당신도시 파크타운도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발길을 돌렸다. 파크타운의 경우 전체 단지의 절반 가량이 100㎡(공급면적 기준) 이상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어 재건축 시 소형 평수 두 채로 쪼개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분당 수내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1기 신도시 소형 아파트의 경우에는 재건축을 해도 사업성이 떨어지도 분양가도 낮게 책정될 것이란 우려가 있어 재건축 보다는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주민이 많았지만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중대형 평수 단지 주민들의 재건축 관련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만 볼 것이 아니라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손익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 단지의 입지와 용적률 등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 작업 시 내력벽 철거를 3년간 다시 유예한 가운데 리모델링을 기대했던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분당신도시 전경. 사진/성남시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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