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과잉공급 논란에도 '문제없다'로 일관하던 정부가 뒤늦게 공급조절에 나섰다. 입주물량 증가에 따라 시장 침체기로 접어들 것을 우려해 건설업체들은 이미 신규 분양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 분양 이후 2~3년 지나고 입주에 들어가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중요한 주택시장이지만 단기 경기부양에만 치우친 결과 대응의 타이밍을 놓친 '뒷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5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마련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았다.
금융 대책만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한 정부는 이번 대책의 무게 중심을 주택시장 관리로 맞췄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대책 가운데 처음으로 주택에 대한 공급 관리를 포함시켰다.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으로 '적정 수준의 주택공급 유도'를 제시했다. 주택 분양이 가능한 부지를 줄이고, 사업 리스크나 높은 사업장이나 지역에서는 공급 시작 단계부터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지난해 12만8000가구가 공급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물량을 올해는 58% 수준인 7만5000가구까지 줄이기로 했다. 내년에도 수급여건 등을 고려해 추가감축을 검토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증 신청 시기를 사업계획승인 이후로 늦춰 사업추진이 불확실한 사업장의 무리한 진행도 막기로 했다. 또, 인허가와 청약경쟁률을 고려해 미분양 관리지역을 확대하고, 이들 지역의 택지매입 전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신규 분양시장의 경우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이후 어느정도 소강상태로 접어든 상황이어서 때 늦은 대책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35만5000여가구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 물량이 공급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나 많은 수준이다.
분양 역시 20만6000가구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물량이 공급된 지난해보다 5.3% 줄어드는데 그칠 정도로 많은 물량이 쏟아졌다.
정부가 '문제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향후 시장 침체를 우려한 건설업체들이 밀어내기식 분양을 진행한 결과다. 건설사들은 이미 보유물량을 대부분 쏟아낸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 공급과잉과 미분양 물량 증가 등에 대한 우려섞인 여론에도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수표만 날렸을 뿐 정책 수립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시장은 막바지 물량이 나오고 있고, 시기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청약열기가 식을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라며 "건축 총량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기돼 왔음에도 뒤늦게 형식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