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인 이인원(69) 부회장이 26일 자살한 것에 대해 검찰은 수사 일정 연기를 고려하면서도 비리 혐의에 대한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수사의 범위와 방향은 이미 확정돼 있기 때문에 변동이 되지 않는다"며 "많은 증거를 확보했으므로 혐의 입증에 중대한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자살하면서 수사 환경의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사침과 함께 이미 예정된 수사 대상자에 대한 소환 등 앞으로의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애초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는 이날 오전 9시30분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배임과 횡령 등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야산 산책로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으며, 이곳과 약 30m 거리에 있던 이 부회장의 차량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로부터 확인된 이 부회장의 사망 사실과 이 부회장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의 내용은 이날 대검찰청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살의 원인이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초반 압수수색으로 수사의 장기화를 막고자 했고, 압박·진술 수사를 탈피하기 위해 무리한 체포, 신병확보를 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압수수색도 혐의 입증에 필요한 부서를 위주로 정책본부와 서너 군데의 계열사에 불과했다"며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서는 해당 거래에 관련된 자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개인 비리로 심리적 압박을 주지 않았냐는 지적에는 "사법처리 방향 등은 총수 일가를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라며 "혐의가 있다면 보겠지만, 특정 개인 비리를 수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아들은 최근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가정사까지 겹치면서 이 부회장이 매우 힘들어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롯데건설이 지난 2002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총 5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 과정에 이 부회장 등 정책본부 고위직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인 소진세(66) 사장, 황각규(62) 정책본부 운영실장 겸
롯데쇼핑(023530) 사장과 함께 신동빈(61) 회장의 최측근이자 이른바 '정책본부 3인방'으로 불린다.
검찰은 지난 25일 오전 9시30분 3인방 중 황 사장을 첫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24시간 동안의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으며, 추가 조사를 위해 재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검찰 출석을 앞두고 경기도 양평 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 됐다고 알려진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이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