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 골목' 갈등 일단 봉합…개발 재개

구역 내 건물·철거자재 활용해 문화유산 보존

입력 : 2016-08-26 오후 5:25:4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진통을 겪던 서울 무악 2구역 일명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 사업이 일단 시와 조합, 주민들 합의를 거쳐 봉합 단계로 접어들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26일 오후 3시 기자설명회를 열고 서울시와 조합, 옥바라지 골목 보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원만하게 합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2일 오전 무악 2구역 재개발조합 측은 용역업체를 투입해 강제 철거를 재개했다.
 
당시 박 시장이 철거 재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대해 진 본부장은 "돌발상황이란 사실을 시장님께 보고 드렸다"며 "철거가 강행되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판단해 조합 설득에 나섰다"고 답했다. 
 
합의와 관련해 이날 진 본부장은 "대책위 측에서 제시한 '옥바라지 골목 보존방안'에 대해서는 조합과 대책위 양측 의견을 듣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논의해 대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위 측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대표는 "원만한 합의라기보다는 남아 있는 주민들이 많은 부분 포기를 하고 합의한 게 정확하다"며 "조합도 많이 기다린 걸 알고 시 압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 발표 전에도 시에 어떤 내용인지 물었지만 알 수 없었다"며 "우리도 서울 시민으로 알 권리가 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지막까지 이주에 반대했던 구본장여관 주인 이길자 씨는 철거재개 이후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이길자 씨는 "쓰러지는 바람에 합의하는 자리에는 나가지도 못했다"며 "말할 기운이 없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끝까지 이주를 거부한 지역 주민 최은아 씨 역시 시에서 제안한 임대주택 제공은 단순히 1순위일 뿐 구체적으로 언제 입주가 가능한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시는 향후 구역 내 잔존건물 중 일부를 재활용하거나 보관 중인 한옥자재를 이용해 구역 내 다른 지역에 새로운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또 시는 주변지역의 독립운동 등 옥바라지 골목과 관련한 역사를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조합과 대책위 의견을 함께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시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240여 곳에 대한 정비사업구역을 전수 조사하는 한편 앞으로 사업시행 인가 전부터 생활문화유산에 대한 보존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은선 대표는 "오늘 발표한 합의 내용과 대책을 떠나 향후 시가 얼마나 대책위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지 지켜볼 계획"이라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철거가 재개된 무악 2구역 재개발 지구 모습.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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