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신흥국 자본이탈로 수출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노동시장이 굳건해지고 경제활동과 물가상승률 전망도 희망적인 상황이 지속된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달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0.25%를 인상한 데 이어 두 번째 인상 시기를 검토 중이다. 최근 호전된 미국 경제지표가 명분이다. 지난해 금리인상도 미 고용지표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이뤄졌었다. 올 들어서도 6월 미 고용지표 쇼크 이후 7~8월은 회복세를 이어갔다. 최근 발표된 미국 신규주택판매건수도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 금리인상은 신흥국 자금유출을 야기해 국내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최근 미 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지지 발언이 잇따르자 인도와 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큰 폭으로 이탈했다. 신흥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 기업들로서는 악재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코스피도 외국인 순매도로 돌아섰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금리인상 당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해 현지 바이어들이 주문을 연기한 바 있다”며 “최근 중국 등 신흥국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자본유출까지 심화되면 경기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흥국 자본이탈이 가속화되면 환율이 급등해 현지 수요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달러화 강세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 하락해 중동 산유국을 비롯한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중남미, 아세안 국가들의 수요부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저유가로 심각한 수주난에 직면한 국내 조선·중공업 등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력 수출시장에서는 긍정과 부정적 영향이 혼재한다. 11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최근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양적완화를 지속 중인 일본과 유럽의 통화가치가 추가 하락해 수출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최근 국내 IT·전자, 자동차 등이 선전하고 있는 미국 시장도 금리인상 후 구매력 확장 또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 제조업의 수출 영향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자동차, 자동차용 엔진·부품 등의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수출액을 기준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자동차는 2억800만달러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대로 반도체, 전자표시장치나 석유제품의 경우 수출액 증가를 예상했다.
주요 시장 분석기관들도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기업 바클리스는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적어도 한 번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따라 내년 세계 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세계 경제의 GDP 대비 투자 비중이 2007년 수준을 하회해 침체 국면을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생산성 둔화와 기업이익 감소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를 끊기 위해 적절한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