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들이 모회사인 GS그룹과 현대중공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2분기 모회사의 실적 부진에도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업황이 안좋거나 사업이 부진하면 그룹까지 휘청 거릴 수 있는 취약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S는 주력 자회사 GS칼텍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꾸준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GS칼텍스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으로, 국제유가 변동 등으로 정유 시황이 다시 악화될 경우 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29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올 3월말 기준 GS그룹의 69계 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정유·석유화학 부문이 그룹 전체 매출의 58.2%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건설 19.5%, 유통 13.6%, 에너지 3.3%, 상사 등 기타 부문 5.4% 등으로 구성됐다.
노지현 책임연구원은 "GS그룹은 정유·화학, 에너지, 건설, 유통 등으로 수익기반이 다각화 돼있으나 경기 변동성이 큰 정유·화학 부문이 매출, 영업이익에서 높은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GS리테일, GS홈쇼핑은 안정적인 상각전영업이익(EBIDA)으로 그동안 GS칼텍스의 변동성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으나 편의점 포화, TV부문 정체 등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GS EPS, GS파워, GS이앤알 등 에너지 3사의 매출은 2조원 규모에서 정체돼있다. 부채비율은 2013년 115.1%에서 올 3월 258.8% 늘었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32.5%에서 65.1%로 증가하는 등 GS에서 가장 높다.
GS칼텍스의 선전으로 올 상반기 GS는 좋은 실적을 냈으나 정유 업황이 다시 악화될 경우 그룹의 사업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는 이유다. 2011년 2조9595억원에 달했던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2014년 유가급락으로 1063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반등 후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으나, 중국 경기둔화와 신흥국 정제설비 증설 등 위협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자동차에 휘발유를 주유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현대오일뱅크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정제마진 상승으로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그룹의 핵심사업인 중공업의 부진한 실적을 떠안는 모양새다. 2013년 이후 시황이 침체되면서 지난해 그룹 매출은 3년 전보다 16% 감소한 46조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주력사업인 조선부문과 정유·화학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97.7%에 달하고, 특히 정유·화학 매출은 전체의 30.3%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조선 부문은 2014년 플랜트 부문의 대규모 손실에 이어 지난해에도 해양 부문의 부진으로 대규모 손실을 반복하면서 올 1분기에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후 2분기 55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이 중 절반가량인 51%(2849억원)는 현대오일뱅크가 달성한 것이다. 만약 업황 부진으로 현대오일뱅크가 휘청이면 그룹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저유가 지속으로 휘발유 등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유지되면서 현대오일뱅크의 전망이 밝지만, 정제마진 급락과 국제유가 변동 등으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조선의 부진을 채워줄 계열사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여전히 세계 1위의 건조 능력을 갖고 있지만 해운시장 전반의 공급과잉에 따른 침체 장기화와 유가하락에 따른 발주량 감소 등 영업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김봉균 평가전문위원은 "발주처에 대한 협상력 저하로 결제구조가 악화되고, 잦은 공사 변경과 인도 지연 및 계약 취소로 세계시장 내 선도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사업안정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