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영역을 향한 전자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가전과 IT의 현재와 미래를 그리는 국제 행사에서도 이들이 전면에 등장해 업종간의 경계가 점차 희석되는 추세를 반영했다.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6에서는 총 4번의 기조연설이 진행된다. 세계 3대 전자 박람회 중 하나로 꼽히는 IFA의 기조연설은 그해 전자업계의 화두를 보여주는 풍향계와 같다. 올해는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홈 등 전자업계의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 가상현실(VR)과 자율주행차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IFA 2016' 기조연설이 2~3일 이틀에 걸쳐 4차례 진행된다. 사진은 지난해 기조연설이 진행중인 모습. 사진/IFA 홈페이지
독일 기술기업 보쉬와 전자기업 지멘스가 합작해 만든 IoT 기반 가전제품 회사 BSH의 카르스텐 오텐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개막 기조연설로 첫 스타트를 끊는다. 그는 '커넥티드 키친에서의 소비자경험'을 주제로 아날로그 제품에서 디지털 솔루션, 일상 비서로까지 진화하는 가전이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미래에는 특정 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제품만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시장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각과 개인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브랜드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두 번째 기조연설은 이번 IFA에서 가장 이색적으로 꼽히는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의 발표다. IFA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업계 인사가 기조연설에 나선다. 연초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2~3년 전부터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던 것과 달리 IFA는 가전과 IT 분야에 집중해 왔다. 제체 회장의 연설은 전자와 자동차 산업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IT 업계 공룡인 구글과 애플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전자업계도 전장 사업파트를 신설해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제체 회장은 '궁극의 모바일 디바이스: 우수한 타임머신으로서의 자동차'를 주제로 미래 자동차에 대한 비전과 벤츠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지난해 CES에서 공개됐던 럭셔리 인 모션 콘셉트카 'F015'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동차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모색한다. 자율주행차이면서 배기가스 배출도 없는 완벽한 커넥티드카인 F015는 단순한 운행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을 표방한다. 제체 회장은 자동차가 어떻게 모바일 개인 비서가 될 수 있는지, 자율주행기술로 운전자들이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지 등을 집중 소개한다.
마크 페이퍼마스터 AMD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개막 이틀째인 3일 '리얼리티를 향한 레이스: 수십억 소비자 시장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2020년까지 1620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VR·AR 시장에 대한 준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사전 소개자료에서 페이퍼마스터 CTO는 "현재의 VR 적용 사례는 미래에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시작일 뿐"이라며 "VR과 AR은 헬스케어부터 엔터테인먼트, 교육, 패션에 이르기까지 여러 업계를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업계는 이미 혁신의 길로 접어드는 변화에 대한 준비를 마쳤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각화 기술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곁들여 페이퍼마스터 CTO는 VR 저변 확대를 위해 차세대 그래픽과 컴퓨팅 프로세서를 개발 중인 AMD의 현황도 소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해리엇 그린 IBM 왓슨 IoT·커머스·교육 총괄 사장이 '사물인터넷: 우리의 삶을 바꾸다'를 주제로 무대에 오른다. IoT는 서로 연결된 수많은 기기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미래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란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