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이 참여자의 취업성과는 저조한 반면 민간 위탁업체들의 수만 늘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저소득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개인별 취업활동계획에 따라 단계별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취업한 경우 '취업성공수당'을 지급해 구직자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12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취업성공패키지 민간위탁 사업현황’을 분석·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업예산(2561억원) 중 32%인 821억원이 민간위탁업체에게 분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다국적 고용서비스기업인 인지어스를 비롯해 제니엘, 제이엠커리어, 커리어넷 네 곳이 가져간 위탁수수료가 266억원으로 전체 민간위탁 예산의 28%를 차지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미취업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패키지Ⅱ’ 유형을 고용노동부가 민간에 전량 위탁한 지난해 민간 업체들에게 할당된 예산액이 821억원으로 전년(454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업체 수도 2014년 277개에서 420개로 늘었다.
강 의원은 “몇 개의 민간위탁업체가 전국에 분점을 확대해 위탁수수료를 독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지어스의 경우 전국 분사무소를 2014년 15개에서 이듬해 34개로 2배 이상 늘렸다”고 강조했다. 위탁업체의 분사무소 등록이 간소해진 것도 업체 수 증가 요인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에게 투입되는 비용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데 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민간위탁업체가 담당한 청년층 중 월급 150만원 이상 직장에 취업시킨 비율이 55%, 취업자가 1년 이상 고용을 유지한 경우도 47%에 불과했다.
강 의원은 “취업성공패키지 등 재정지원일자리 사업의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는 만큼 민간위탁을 활용하는 방식의 재정지원일자리 사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참여자 특성을 고려한 단계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해 취업률과 고용유지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자체의 효용성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지난해 12월 ‘근로빈곤층 대상 고용-복지서비스 연계 강화 방안(취업성공패키지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패키지Ⅱ 사업에 대해 “민간위탁기관에 의한 취업알선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청년들 본인에 의한 취업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위탁기관들이 일선 구직에 나서는 청년들과 비슷한 홈페이지를 참조하는 상황에서 해당 파트의 전담자가 인맥을 가지고 기업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를 알선해야 하지만 그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시 산하 정책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이 전국의 만 18~29세 청년 7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취업성공패키지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11점으로 정부의 취업지원정책 중 가장 낮았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39%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의 청년수당,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을 중앙정부와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프로그램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책대상과 효과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각 프로그램이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민주 김병관 의원은 지난 7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 청년수당과 성남시 청년배당은 고통 받는 청년들을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그물”이라며 “대한민국 미래의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그렇게 아깝다는 말씀인가”라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취업지원 협력 강화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