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최근 정부가 내년도 일자리예산 및 제도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청년들의 중견·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의 국내 일자리사업은 대부분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취업성공패키지, 청년취업인턴제(내일채움공제), 고용디딤돌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 패러다임은 올해부터 크게 바뀌었다. 기존에는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가 제공됐으나, 지금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안 뽑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안 가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이란 단어에서 오는 거부감이 강하다. 열악한 근로조건, 높은 업무 강도는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수식어가 됐다. 더욱이 전체 중소기업의 절반이 협력·하청업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관행화한 불공정거래는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노동자들을 쥐어짜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 12개월 동안 150만원을 추가로 받아봐야, 2년 후 1200만원을 얻어봐야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지원기간이 끝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모든 청년들이 대기업과 금융·공공기관의 정규직, 공무원을 원한다고 해도 자리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나머지 청년들이 대기업 입사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취업 가능한 인구가 비경제활동인구, 취업준비생 상태에 머물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과 내수가 위축되고, 그 사이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게 된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정부의 관점에선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길 강요해선 안 된다. 이들 스스로 중소기업에 지원할 만한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결혼·출산을 망설이게 만들 수준의 임금과 복지라면, 정부의 한시적 지원이 ‘입사 동기’가 될 수는 있어도 ‘근속 동기’가 되긴 어렵다.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다.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늘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정부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몰릴 것이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도 정부 지원이 아닌 기업 자체가 입사 이유가 돼야 단기적으로는 구인난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