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했어?”
“그냥 집에 있었지”
“또? 밖에 좀 나가고 그래라. 그 나이에 집에만 있는 게 말이 되냐”
응 말 되는데? 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집순이, 집돌이(이하 집순이)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그 눈 때문일 거다. 또는 “대체 집에 있으면 뭐해?” 같은 순수한 호기심 어린 질문도 받는다. 밖에 좀 나가서 놀라며 타박하는 친구에게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 시즌3’의 주인공 쉘든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수천 년 동안 완벽한 내부를 만들기 위해 공들였을까?”
사진/바람아시아
Q. 왜 집순이가 됐어?
장OO (이하 장) : 집순이가 되는 데 이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냥 집에 있는 게 좋아.
정OO (이하 정) :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 딱히 밖에 나가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집에 있음 편하고, 먹을 것도 다 있어. 침대 밖은 위험해
송OO (이하 송) : 모르겠어. 눈 떠보니 집이었어. 집이 제일 편해.
현OO (이하 현) : 천성 아닐까? 사람마다 집이 좋은 사람, 밖이 좋은 사람이 있잖아.
Q. 집이 왜 좋아?
장 : 그냥 집에 있으면 편해. 밖에 돌아다니면서 감기 걸릴 일도 없고 더운 여름 에어컨 찾아다닐 일도 없어. 샤워 하고 그냥 잠옷 입고 방바닥에 누워 선풍기만 틀어놔도 시원해. 집에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화장실 가는 것도 안 불편해서 좋아.
송 : 집에 있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좋지. 남들 신경 안 써도 되고 너무 편해.
현 : 머리 안 감아도 되고, 앞머리 까고 있어도 되고, 편하게 잠옷만 입고 있어도 되잖아. 태초 본연의 모습 그대로!
Q. 그렇게 오랜 시간 집에 있으면 대체 뭐해?
장 : 나는 뭔가에 한번 빠지면 연구원 수준으로 A to Z를 연구하는 스타일인데 관심 있는 유튜버 영상을 몰아보거나 관심 있는 브랜드 옷 구경하기 등 인터넷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아.
정 : 컴퓨터, 핸드폰, TV 등 모든 전자 기기가 내 친구지
송 : 집에 있으면 주로 책 읽거나 영화 보거나 그냥 누워있거나 하지. 누워서 핸드폰 보거나 잡생각 하거나 노래도 듣고 게임도 하도 등등. 그냥 그날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편이야.
현 : 일단 침대에 누워. 그리고 핸드폰이랑 아이패드를 가져와서 침대에 세팅을 해. 핸드폰 하다가 질리면 아이패드로 드라마 보고, 예능 보고. 계속 그것만 보면 엄마가 잔소리 하니까 가끔은 책을 읽어. 그러다가 다시 핸드폰 아이패드 반복. 누워서 드라마 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지?
Q.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해? 예를 들면 밖에 좀 나가라고 한다든지
장 : 누가 뭐라 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
정 : 난 괜찮은데 엄마가 가끔 밖에 좀 나가라고 뭐라고 하셔. 근데 내가 잘 안 듣지.
현 : 딱히 뭐라고는 안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주말에 뭐했냐고 물어봐서 집에 있었다고 하면, 쟤는 참 약속이 없는 애구나. 활동적이지 못한 애구나.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좀 그래. 그냥 집이 좋을 뿐인데.
Q. 집에만 있는 것에 회의감은 없어?
장 : 아무리 집이 좋아도 해가 잘 드는 날, 가끔 날씨 좋을 때 내 침대와 합체를 한 잠옷 차림의 나를 보면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지.
송 : 회의감보다 만족감이 더 커. 돈도 절약할 수 있고 혼자 사색할 수 있어서 좋아. 집에 있으면 심리적, 육체적으로 가장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 하지만 혼자가 더 편해지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불편을 겪게 될까 걱정이 되긴 해.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 말이야.
현 : 휴학하고 3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러니까 좀 지치긴 하더라. 역시 사람은 빛을 봐야 하긴 하나봐.
Q. 밖에 나가서 노는 건 피곤해?
장 : 당연하지. 밖에 나가서 노는 건 피곤해. 근데 주말 하루 정도는 밖에서 놀아도 될 것 같아. 대신 그 다음날 풀로 쉬어줘야 함.
정 : 피곤해. 근데 실내에서 놀면 좀 괜찮아.
송 : 밖에 나가서 누구와 어떻게 노느냐에 따라 달라. 하지만 대체적으로 밖에 나가서 놀고 오면 조금 피곤한 건 사실이야. 기가 빨리는 느낌. 그래서 사람 많은 곳은 약속 장소로 피하는 편이야.
현 : 밖에 나가서 노는 건 괜찮은데 그 나가는 과정이 귀찮아. 밖에 나가려면 씻고 준비해야 하잖아. 그리고 밖에 나가더라도 너무 오래 놀면 힘들어. 그렇다보니 주말에 약속을 잘 안 잡는 편이고, 평일에는 어차피 나가야 하니까 주로 평일에 약속을 잡는 편이야. 나가는 김에 다 해결하고 오면 좋잖아?
Q. 집순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장 :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시죠? 그래도 가끔 콧바람 쐬어주는 친구들아 고마워
정 : 그 쪽은 나를 이해 못 하겠지만 저도 밖에 나가서 노는 거 좋아하는 사람 이해 못하니 서로 마이웨이 합시다.
송 : 집에만 있는 게 뭐 어때서? 자 내가 밖에 나가서 노는 상황을 가정해볼게. 만약 나가서 놀면 밥이나 먹겠지. 블로그 보고 맛집이라 해서 찾아갔는데 다른 모든 밖순이들 다 모여서 2시간 웨이팅 하다가 저녁 9시쯤 밥을 먹겠지. 그런데 또 사람이 많으니까 서비스도 별로고 맛도 뭔가 별로라고 느껴지겠지. 다신 안와야지 하고 영화나 보러 가겠지. 영화 보러갔는데 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애들은 울고 누구는 영화는 안보고 핸드폰만 하고 누구는 옆 친구랑 떠들고. 스트레스 왕창 받고 카페 갔는데 커피 값은 겁나 비싼데 맛은 없겠지. 갑자기 술 생각이 나서 술 먹으러 갔는데 여기가 도떼기시장인지 술집인지 모르겠지. 술 진탕 먹고 집 가려는데 막차가 끊겼겠지. 에라 모르겠다 하고 택시 탔는데 아저씨가 빙빙 돌아가서 택시비로 5만원 쓰겠지. 너무 힘들어서 대충 씻고 잤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핸드폰은 깨져있고 이어폰이랑 충전기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 집에 잘 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내 팔과 다리는 멍투성이인지 모르겠지. 그러니까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현 :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집은 최고에요. 진짜 집이 최고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집순이에게도 걱정은 있다. 사회는 모두가 함께 부대끼는 곳이다. 근데 집순이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인간관계에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은 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뿐 모든 집순이라고 그런 걱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밖에서 활발한 성격도 집순이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 질문을 한다. “그렇게 집에만 있으면 걱정 안돼?” 무슨 걱정이냐 물으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란다. 집순이도 사람인데 걱정이 없으랴. 하지만 집에 있는 것에서 비롯된 걱정은 아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걱정에 불과하다. 인터뷰에 도움을 준 ‘현’은 이렇게 말했다. “집에 있는 게 좋긴 하지만 내 꿈을 위해서 직종 관련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어. 혼자 있는 시간에는 내 미래에 대해 고민도 자주 해.” 카페에 가는 것이 좋고, 친구를 만나는 것이 좋은 사람들처럼 집순이도 집이 좋을 뿐이다. 모두가 살아가면서 걱정을 한 가지씩 안고 있는 것처럼 집순이도 그런 사람과 다를 게 없다. 어쩌면 집순이는 ‘빅뱅이론’ 쉘든의 말처럼 인간이 수천 년간 공들여 만든 완벽한 내부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아닐까.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