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베트남)=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한국 수출의 돌파구로 베트남이 급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은 어느새 한국의 4대 수출국 반열에 올랐고, 제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한류를 통해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 수출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호치민에서 '2016 K-푸드페어 호치민' 행사를 개최했다.
8일과 9일에 걸쳐 진행된 수출상담회에서는 약 2800만달러 규모의 상담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즉석에서 계약이 이뤄진 규모는 53만달러에 달했다. 그만큼 베트남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베트남을 찾은 한국 식품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 항상 오르내리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베트남에서 한국 식품 유통기업을 운영중인 고상구 K-마켓 회장이다.
K-마켓은 베트남에서 가장 확실한 한국 식품 유통경로로 손꼽히고 있다.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K-마켓과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유통에 나설 정도다.
수출설명회가 한창이던 호치민 K-푸드페어 현장에서 뉴스토마토가 그를 만났다.
고상구 K-마켓 회장. 사진/뉴스토마토
-일찍부터 베트남을 진출했다. 베트남 진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악세사리 제조 공장을 운영했었다. 인건비가 높아지자 중국으로 진출 계획을 세우던 중에 우연한 기회에 베트남을 찾게 됐다. 당시 베트남의 역동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베트남 진출을 결정하게 됐다.
-처음으로 했던 사업은 식품 분야가 아니었다.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했던 사업은 백화점이었다. 2002년 20억원을 투자해 하노이에 의류와 가전, 이불, 문구 등 모든 잡화를 판매하는 백화점을 세웠다. 그런데 이 백화점이 6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현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재고정리를 통해 3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 자금으로 인삼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성공적으로 망했다고 생각한다. 백화점 사업 경험을 발판 삼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고가의 인삼을 팔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백화점 재고 정리를 하던 중에 베트남 사람들의 인삼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품질 인삼의 이미지를 가지고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명절 선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인삼 시장이 매우 약해졌지만 당시 매출은 엄청났다. 인삼 판매 2년 만에 잃어버린 투자액을 회수할 정도였다.
-지금 인삼 판매가 시들한 이유는.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바로 이 부분이다. 당시 한국 인삼은 고가였지만 품질 하나는 확실했다. 하지만 인삼 판매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가격 경쟁으로 흐름이 이어졌다. 베트남에서의 사업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품질이 떨어졌고 베트남에서도 외면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옹달샘에 살던 금붕어 두 마리가 서로 싸워 한마리가 죽으면 그로 인해 물이 썩어 남은 금붕어도 죽게 된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살을 깎아먹는 경쟁은 피해야 한다.
-인삼에 이어 식품 전체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인삼 판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후 식품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2006년부터 K-마트(현재 K-마켓)를 시작하고 한식 유통이라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aT가 베트남에 한국 식품을 유통하자고 제안했었다. 초반 위험성이 없지는 않았지만 당시 인삼이라는 효자 상품이 있어 사업을 계속 이끌어갈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쌓인 신뢰가 가장 큰 강점이다.
-지금은 K-푸드라는 외식업체까지 진출했다. 한식의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베트남은 한류의 가장 큰 거점 가운데 하나다. 한류를 통해 한식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한-베 음식문화축제'가 열리면 10만여명이 찾을 정도다. 거기에 베트남은 매우 젊은 나라다. 30대 이하 인구가 60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2/3에 해당한다. 한류에 열광하는 젊은층의 입맛을 공략하면 한식의 베트남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베트남에서 기반을 확실하게 잡았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2002년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든 될 것이라는 가능성만 가지고 왔다. 베트남에서도 한국처럼 좋은 쇼핑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꿈이 있었다. 사업에 실패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난해에는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나 400만달러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베트남 유통 시장 변화에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급성장하는 베트남의 소비 트랜드도 이제 온라인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 온라인 시장에서 차별화 된 전략을 가지고 또 하나의 입지를 세우고자 한다.
호치민(베트남)=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