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유한킴벌리는 실버산업 맞춤형 사업 전환에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1970년 창립 이후 화장지와 유아용 기저귀를 생산해왔던 유한킴벌리는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니어 계층을 겨냥한 제품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최근 5060세대로 대표되는 시니어 계층이 유통을 비롯해 레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블루슈머로 급부상하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한킴벌리의 대표적 시니어 대상 제품은 성인용 위생팬티다. 성인용 위생팬티 시장은 지난해 28%나 급성장했다. 2013년 16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 역시 오는 2020년에는 2400억원까지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유한킴벌리가 출시한 디펜드 스타일의 시니어용 요실금 팬티 매출 비중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유한킴벌리가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활동력이 떨어지고 휴식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대상으로 다뤄지던 시니어들을 충분한 구매력과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매력적인 소비군으로 인식했다. 이른바'액티브시니어'인 셈이다.
유한킴벌리는 이같은 액티브시니어의 특성을 고려해 착용해도 티가 나지않는 디자인의 성인용 위생팬티를 고안해냈다. 이에 따라 유한킴벌리 디펜드 스타일의 시니어용 팬티 규모는 지난해 전년 대비 37.5%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시장 평균치를 상회하기도 했다.
지속되는 저출산·고령화 기조 속에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한 신규 사업에 성공한 유한킴벌리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버산업의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실버산업의 규모는 125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시니어 계층을 주요 소비군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한 유한킴벌리는 이들의 경제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월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시니어케어매니저 50명의 발대식을 가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니어케어매지너저는 유한킴벌리와 함께일하재단이 손잡고 55세 이상 노인 요양시설 및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시니어들에게 인지활동 프로그램과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퇴한 시니어 전문가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50명의 1차 모집 매니저들 가운데 소정의 교육을 수료한 최종 30명의 선발인원은 향후 5개월 동안 약 75개 노인 시설에 파견돼 강사 활동을 수행할 예정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미래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고령화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시니어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2012년부터 공유가치창출(CSV) 경영을 도입했다"며 "고령화문제 해결과 시니어 비즈니스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니어들의 사회 참여 확대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 관악구민종합체육센터에서 유한킴벌리가 실시한 ‘디펜드 설문버스 캠페인’에 액티브시니어들이 요실금 증상에 대한 대처방법을 묻는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