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주거 인식…"사는 곳? 그래도 사는 것!"

세입자 주거비 부담 갈수록 증가…주택 보유자는 가격 상승에 재산 증식

입력 : 2016-09-20 오후 3:53:36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주택은 '사는(Buying) 것'이 아닌 '사는(living) 곳'이다"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를 공급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점차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뀌어가는 주택에 대한 인식을 잘 담으면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은 다시 '사는 것'을 중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김유라(28·여)씨는 서울 노원구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중계동에서 소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김씨는 "집값이나 전셋값이나 큰 차이가 없어 조금 무리가 있지만 아파트를 샀다"며 "집값이나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최근 분위기를 보면 차라리 집을 사면 큰 이득은 아니더라도 이자 만큼은 충분히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차시장에 머물러봤자 폭등 수준으로 연일 오르는 임대비용을 감당하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주택 보유자들은 높은 시세차익을 얻고 있어 김씨처럼 임차시장이 아닌 매매시장에 진입하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중개업소 모습.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주택가격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택구입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뉴스1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399만원으로, 전세 재계약 시점인 2년전 1억7003만원과 비교해 3396만원, 20%나 올랐다.
 
특히, 수도권은 같은 기간 2억1705만원에서 2억6940만원으로 5235만원, 24.1%가 급등했다. 서울은 2년 새 7418만원이나 뛰면서 평균 전세가격이 3억7822만원에 달했다.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는 4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한다.
 
김포(37.6%)나 이천(33.3%), 안산(32.3%), 안양(31.8%), 하남(30.9%), 용인(30.5%) 등은 3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재계약 시점에서 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받는 반전세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입자들이 느끼는 임대가격 상승폭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무주택자는 임대료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택 보유자들은 가격 상승에 보유 재산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2년 전인 지난 2014년 8월 2억5465만원 수준이던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 8월 2억8154만원으로 10.6%가 올랐다. 특히 서울은 4억9426만원에서 5억5802만원으로 12.9%나 가격이 뛰었다. 2년 전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6000만원 넘는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처럼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재산 증식에 큰 차이가 나면서 단순 거주가 아닌 소유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구입 능력이 안 되도 빚을 내 주택을 마련할 경우 대출 이자를 제외하고도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3~4년 전만 하더라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가는 등 주택이 부족하지 않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주택 소유에 대한 욕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며 "하지만 최근 2~3년 간 매매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저금리까지 이어지면서 부동산이 다시 재산 불리기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절에는 국내 경기가 뒷받침됐지만 최근에는 그와 상황이 다르다"며 "전반적인 국내외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경기 호황만 계속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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