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원경영 제자리

입력 : 2016-09-20 오후 6:50:05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SK의 자원경영이 수년째 제자리다. 선대 회장부터 이어온 그룹의 경영철학과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SK는 최종현 회장 때부터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안고 자원기획실을 설립, 석유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종현 회장은 회사 이익의 15% 이상을 매년 석유개발 사업에 투자하며 공을 들였다. 최태원 회장은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2004년 석유개발 사업을 사업부로 승격시키며 투자 확대에 나섰다. 가장 큰 성과는 브라질 광구였다. 2000년 800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가 2011년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되팔았다. 당시 전세계 광구에서 확보한 원유 확인매장량은 5억3400만배럴. 브라질 광구 매각 대금 중 성공불융자와 세금을 제외한 20억달러를 M&A에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10억배럴을 확보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이후 계획은 멈춰 섰다. 현재까지 확보한 원유 확인매장량은 5억9000만배럴이다. 자금도 20억달러 중 3억6000만달러 정도만 2014년 미국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소재 셰일광구 2곳을 인수하는 데 쓰였다. 지난해 국내 E&P 사업을 미국으로 이전하며 ‘U.S. 인사이더’ 전략도 세웠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저가의 북미 셰일자산 인수를 검토했으나 불발됐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 기업들이 저가 매물을 쓸어 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사업 주체인 SK이노베이션은 유보금만 쌓이고 있다. 2014년말 14조원 수준에서 올 상반기말 16조원에 육박했다.
 
실적도 제자리다. 자원개발 사업 매출이 2007년 4분기 처음 1000억원을 넘긴 이후 수년간 정체다. 올 2분기 매출은 12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흑자로 돌아섰지만 전년 대비 부진하다. 저유가로 자원개발부문 관리비용이 증가하는 등 불황에 따른 결과다. 유가 변동 상황에 따라 생산광구에 대한 손상처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40달러대로 오른 만큼 저가 인수 시기를 놓쳤다고 볼 수 있다”며 “저유가로 기존 광구의 수익성이 떨어져 신규 투자에 보수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내 변수까지 생겼다. 지난 3일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진도 5.6의 지진이 발생했다. 미 관계 당국은 과거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여러 지진이 셰일자원 생산과정에서 오수 주입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진원지 주변 오클라호마 북동부에 위치한 폐수정 17개가 폐쇄됐다. 다수의 환경단체들은 셰일자원 생산활동을 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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