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성상철 국민건강보험 이사장이 정부·여당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를 촉구했다. 성 이사장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2014년 12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성 이사장은 지난 21일 서울시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단감회를 갖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논란은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이슈의 중심이 돼왔으며 현재에도 국회 등 정치권에서 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개편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 건강보험제도 운영 주체로서 현행 부과체계에 대한 국민 불만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미 개편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2015년 개편안 발표가 백지화한 후 아직까지 입을 닫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성 이사장의 이번 발언은 정부·여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 이사장은 “더 늦기 전에 정부안을 지금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있어서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건보료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해 부과하고 있다.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현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에게 소득에 비해 많은 건보료가 부과돼 직장가입자보다 부담이 큰 구조다. 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게 보험료가 면제되는 문제, 비과세 혜택이 부여되는 부동산 임대소득에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 문제 등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 이사장은 “지역가입자부터 단계적으로 개편하면 된다. 불합리한 부분을 개편해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추면 오히려 박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의 더민주 개편안에 대해서는 “깔끔한 안이기는 하지만 급진적”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소득 파악부터가 난제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성 이사장은 국민건강보험에 안정적인 국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이사장은 “국고 지원은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한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재정흑자가 정부지원 축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30.4%, 벨기에 33.7%, 프랑스 49.1% 등 사회보험방식으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 국가가 우리보다 높은 비율로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이사장은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축소되거나 없어진다면 국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2007∼2015년간 누적적자는 29조8000억원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공단은 안정적 국고 지원을 위해 정부부처와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2월 2일 경인지역본부를 방문해 직원들과 토론회를 열고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