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이런 추세를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 아직은 인상폭이 크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역대 최대 분양이 이뤄지고 있고, 주택거래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통한 주택구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질 경우 깡통주택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어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들의 연쇄 피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5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 5곳의 8월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2.74%로 전달 2.69%에서 0.05%포인트 올랐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선반영한 것이다. 실제 미국의 금리가 오를 경우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구매심리 위축에 따른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물량이 쏟아지고 있고, 기존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등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9~10월 가을 분양시장 공급물량이 11만5000여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대 최대 물량이 쏟아진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 물량 11만7000여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주택도 활발하게 거래되는 등 주택구입자가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8월 1만2243건이 거래되며, 5월(1만174건) 이후 4개월 연속 1만건을 웃돌고 있다. 이달에도 벌써 7500여건이 거래돼 지난해 9월 거래량(8989건)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이 모두 호황을 누리면서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527조2000억원 수준이던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533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불과 한 달 새 6조3000억원이나 늘어날 정도로 빠른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향후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깡통주택 우려 현실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스1
금리가 인상될 경우 대부분 주택구입자들이 담보대출을 이용하는 만큼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주택 구매수요 위축은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대 최저 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금리 인상이 곧바로 (대출자들에게)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이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시장의 경우 심리가 거래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격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주택시장의 경우 실거주가 아닌 투자목적의 가수요 유입이 많아 깡통주택 우려 현실화에 따라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자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늘지만 주택 가치 하락으로 매도 시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세입자 역시 임대 보증금을 돌려 받기 힘들어 질 수 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