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저축은행의 문화 마케팅 활동에 끝이 없다.
자사 건물에 공간을 따로 마련, 우수 고객을 초청해 공연을 열고 유명 작가의 그림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뮤지컬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인지도를 높이고 사진 문화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 활동을 펼치는 은행도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에서 작을 수 있지만 특색있는 저축은행의 문화마케팅 활동을 살펴봤다.
◇ 중앙부산저축銀, 우수 고객 초청 매달 공연 열어
지난 14일 저녁 6시, 강남 학동역 인근 한 건물의 6층 공연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 이상의 관객들. 백여명이 빼곡히 모일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곧이어 가수 유열의 미니콘서트가 열렸다. 유열은 "이렇게 VVIP고객을 모시고 공연을 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공연참가자들은 티켓을 사고 온 관객이 아니다. 저축은행 중 자산 1위인 중앙부산저축은행의 초청을 받고 참석한 고객들이었다.
박석원 중앙부산저축은행 홍보실장은 "기획사를 따로 두고 매달 공연, 전시를 준비한다"며 "지난달에는 유명지휘자 금난새가 옛 궁중식으로 실내악을 지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를 통해 참석도 받는데 10분 정도면 금방 자리가 동난다"며 "대형 공연장이 아닌 소극장이지만 작은 공간에서 가깝게 볼 수 있는 공연이라 관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부산저축은행은 자사 건물인 워터게이트 빌딩 5층을 전시장, 6층을 공연장으로 꾸며 문화마케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강남구청은 이 건물을 '아름다운 건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 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 박수근 등 유명 화가 작품 한 자리에
서울 서초동 미래저축은행도 건물 중 한층 일부에 갤러리 공간을 마련했다. 30평 정도 되는 공간에 그림 10여점이 전부지만 우습게 보면 안된다.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 작품부터 팝아트의 선두자 앤디워홀, 한국적 화풍의 박수근 화백 등 대형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작가 작품을 전시해두었기 때문이다. 미래저축은행 소유의 그림도 있고 갤러리에서도 임대한 것도 있다. 물론 모두 진품이다.
강혁 미래저축은행 기획팀장은 "고객과 지역주민을 위해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유명 뮤지컬 단독 후원, 제일저축銀
지난주 주말에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뮤지컬 전용극장)에서 개봉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이하늬, 김지우, 소녀시대 제시카 외에 고영빈, 김동욱, 김종진 등 유명 배우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공연 시작 전 무대 양쪽 대형스크린에는 '본 공연은 제일저축은행과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떠있었다. 공연장 곳곳의 포스터에도 제일저축은행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일저축은행은 지난 10월 15일 PMC프러덕션과 조인식을 갖고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공식후원하기로 했다. 이 은행은 최근 흥행작인 영화 ‘해운대’에도 투자참여를 하는 등 활발한 문화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 한국저축銀, 문학상에 이어 사진전 후원까지
한국저축은행은 올해 8회 제비꽃서민소설상으로 이경자 작가의 '빨래터'를 선정했다. 선정되는 작가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또 11월 초 한국저축은행 산하 문화장학사업 재단인 '한국문화진흥재단'을 '재단법인 한국사진은행'으로 바꿔 사진 문화 활성화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저축은행은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 북창동 본점 건물내에 사진역사연구소 사무실을 대여하고 연 6000만원을 후원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되는 ‘스페인 왕립사진가협회 사진가 초대전’도 후원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회는 스페인 왕립사진가협회 소속 사진가 40명 56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 업계관계자, "문화마케팅 더 커지고 다양해질 것"
올 한해 저축은행 업계는 사실 여러 차례 고비를 겪었다. 작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대출(PF)부실 문제로 저축은행 위험설이 돌기도 했고, 올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자기자본비율(BIS)허위보고 의혹'등으로 업계 이미지에 큰 손상이 가기도 했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본업인 금융업 외에 문화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저은업계의 자신감, 여유가 커졌다는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될수록 저축은행의 문화마케팅 활동은 보다 더 더양해지고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