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출연, 배임 논란으로 비화

KT·삼성물산 이사회 절차 무시…쪼개기 방식까지 동원

입력 : 2016-09-28 오후 5:07:18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미르·K재단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출연 기업들도 곤경에 빠졌다. 배임 논란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강압에 의한 기부라 하더라도,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고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득이 되는 행위로 간주돼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제2의 일해재단으로 불린다. 의혹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숨은 실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가 있다. 재계에서는 재벌그룹 총수 부인들과 가까운 사이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모금에 개입했다는 대기업 관계자의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통로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으로 지목됐다. 기부금을 출연한 다수의 그룹 관계자들도 "다 알면서 묻느냐"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KT와 삼성물산 등 일부 기업들은 이사회 절차도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기업들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거액을 출연하고, 약정 출연금을 충당하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쪼개기 모금방식을 동원했다고 문제 제기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할 때 재정 및 운영위원회의 사전심의 없이 의사회 의결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10억원을 초과하는 기부 찬조에 대한 사전심의 규정을 위배했다. K스포츠 설립 허가 신청 당시(1월13일)에는 출연을 약정한 19개 재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음에도 30억원을 냈다. ㈜KT와 삼성물산은 아예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 GS와 현대차, LG는 다수 계열사가 모금을 갹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안 수석의 개입을 증언하는 대기업 고위관계자의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28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돈이 재단에 들어갔고, 이 기금이 전용돼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지되면 배임 혐의의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단이 사익을 위한 단체인지, 또 그걸 알고도 기업에서 출연을 했는지가 관건”이라며 “그 부분의 사실 확인이 어렵다면 배임·횡령 혐의보다 오히려 뇌물 쪽으로 법리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두 재단에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기업 이사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부는 단순한 사회적책임 관련 활동이 아니라 정경유착이나 권력형 비리 문제로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배임·횡령 혐의에 따른 민·형사상의 법률적 책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기부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출연 취지와 결정 절차 등이 적정했는지 검토해 주주의 자격으로 추가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뒤따르고 있다. 재단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현 정권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는지 집중적으로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공격수로 배치된 야당 의원들은 두 재단이 설립 수개월 만에 800억여원의 기부금을 모으고 재단 인선에 비선 실세가 개입하는 등 5공 시절 전두환 정권이 만든 일해재단을 연상시킨다며 날을 세웠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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