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울 동작구 'X밴드 레이더' 진통 격화

기상청, 동의 없이 장비설치 추진…동작구민 "결사반대"

입력 : 2016-09-28 오후 6:24:48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기상청이 X밴드 레이더와 동일 주파수대의 기상관측 장비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주민 1200여명(주최 측 추산)은  28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앞에 모여 ‘X밴드 레이더 설치 반대 집회’를 가졌다. 
 
28일 오전 'X밴드 레이더 설치 반대 집회'에 참석한 동작구 주민들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24시간 전자파 노출 우려에 지역 주민 ‘불안’
 
기상청은 저층부 기상상황 관측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 4월까지 서울 동작구 기상청과 인천기상대, 강원도 평창 황병산에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할 방침이다. 해당 관측 장비는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와 동일한 주파수 대역(8~12 ㎓)을 사용한다. 단, 같은 주파수대를 사용한다고 해서 비슷한 크기의 전파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선경(39·여)씨는 "X밴드 레이더가 설치된다면 저희 아이들은 24시간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며 끝까지 반대운동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3살과 5살짜리 두 아이를 키운다는 정진영(35·여)씨 역시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놀고 공부하게 해주고 싶다"며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기상청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라매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하는 X밴드 레이더 기상 관측장비는 미국의 EWK사의 E-750 제품으로 현재 일본에 41대, 미국에 7대가 운영 중이다. 1대당 가격은 약 10억원으로 기상청은 총 48억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인체 유해성 기준을 충족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정석 기상청 레이더 분석과 과장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기준은 국내 기준보다 훨씬 까다롭다”며 “전자파라는 건 레이더 출력에 따라 강도가 틀리고, 전파 역시 상공으로 방사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도입하는 관측장비의 최대 전자파 세기는 1kw로 기상청에 따르면 전자파 노출 시 71m 이상 거리에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이번에 설치하는 위치역시 기상청 옥상으로 인근 학교와 주거지역보다 높아 레이더 주방사 고도보다 아래에 위치한 주민에게 전자파 노출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기상청 주변을 살펴보면 기상청 옥상보다 높은 아파트 단지들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홍승철 인제대학교 보건안전행정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자파는 강한 직진성을 가지고 있고, 전자파를 쏠 때 주변에 자연스럽게 번짐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구역 내 사람이 머물게 된다면 변화된 주변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론화 과정 없이 주민 모르게 도입 추진
 
이날 주민들은 사전에 어떠한 동의 없이 관측장비 도입을 추진한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창구 구청장은 "어떻게 사전에 도입계획에 대한 설명도 없을 수 있냐"며 "너무나 어이없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주민 생명과 재산을 책임져야 할 구청장으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유복엽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졸속행정,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관측장비 도입과 관련해 동작구 주민은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며 "기나긴 싸움의 첫 출발선에 와있다"고 향후 반대 시위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상청은 “주민들에게 무해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고, 실무진에서도 동작구청 쪽에 주민 토론회나 설명회를 해야 하는지 물었지만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작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논의가 오고 갔다는 건 공문을 통해 어떤 기록이 남아야 하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설사 주민 동의가 있어도 동작구는 최적의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설치하면 안 된다”며 “결국 최적지가 아닌 곳에 예산도 투입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예산은 설치 목적에 맞게끔 쓰게 돼 있다”며 “국회에서 예산의 정확성 등을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상청은 예정대로 기상관측 장비 도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주민 설명회나 토론회를 거쳐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고윤화 기상청장을 만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는 비상대책위와 이를 막아선 경찰이 대치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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