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자계약 서울 시행 한달…"아직 잘 몰라요"

9월 매매·임대차 계약 2만여건 중 14건 불과
연령대 높은 중개사들 전자기기 사용 부담…꾸준한 교육 필요

입력 : 2016-09-29 오전 9:48:5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부동산 전자계약 시범사업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사업 초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부동산 계약을 중계하는 공인중개업사들 다수가 아직 제도 시행에 대해 모르고 있는 데다 알고 있더라도 익숙하지 않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올 상반기부터 서울 서초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전자계약 시범사업을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시행했다.
 
부동산 전자계약은 기존의 부동산거래절차와 동일하지만 종이 계약서 대신 컴퓨터,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해 부동산거래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 경우 실거래신고 및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돼 별도로 주민센터 방문 등을 할 필요가 없다.
 
전자계약을 이용하면 거래당사자는 은행 대출 금리를 할인받을 수 있고, 등기수수료도 30% 절감할 수 있다. 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들도 부동산거래신고를 따로 할 필요가 없고, 일정기간 동안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용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전역으로 제도가 확대 시행된 한 달 동안 전자계약 건수는 14건에 불과했다. 9월 서울의 매매 및 임대차 계약이 2만건이 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 영등포구 A공인중개사 대표는 "서울에서 부동산 전자계약이 시작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처음이다 보니 시스템을 파악하기 어렵고 고객에게도 소개하기 힘든 점이 있다"며 "고객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택 매매의 경우 고객의 연령대가 중장년층인 경우가 많은데 집 한 채가 수억원에 이르다보니 전자계약에 대해 막연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경우도 봤다"며 "도장을 찍는 것이 익숙한 세대에 전자계약을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동산 중개업을 오래한 중개업소일수록 중개사의 연령대가 높아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다루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이에 대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 성북구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보통 오랜기간 한 지역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한 곳에 물건이 몰리기 마련인데 이 경우 중개사의 연령이 50~60대 이상인 곳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분들이 굳이 소액의 인센티브를 받자고 전자기기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투자를 목적으로 주택이나 분양권을 매매할 때 전자계약을 이용하면 실거래가 등이 공개돼 일부러 회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운계약서 작성 등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제도 활성화면에서는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는 중개사들이 일부러 전자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입밖에 내지 않는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각 지자체와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교육하고 제도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도 홍보를 위해 서울 광화문 등 일부 노선에서 시내버스 광고를 지속하고, 다음달부터는 서울 시내 126개 전광판에 부동산 전자계약 광고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전자계약 제도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시행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계약건수가 14건에 그치는 등 이용률이 부진한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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