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56) 교수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월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으로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긴 뒤 내려진 첫 사법적 판단이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남성민)는 수뢰후부정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교수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본분을 저버리고 연구 업무 수행과 관련한 뇌물을 수수한 다음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며 "옥시 측에 불리한 실험데이터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서울대에서 수행되는 연구의 공정성, 객관성 및 적정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면서 "산학협력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최종결과보고서는 옥시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돼 수사·사법권의 적정한 작용에 대한 위험을 초래했다"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장애요소 중 하나가 돼 진상 규명이 지연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더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지난 2011년 10~12월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의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실험보고서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옥시에서 1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 교수가 당시 작성한 보고서엔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린구아니딘(PHMG) 흡입독성 실험 결과 인체에 해가 없고, 피해자의 폐질환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임신한 쥐를 상대로 생식 독성실험을 진행해 15마리 중 새끼 13마리가 죽은 사실이 발견됐지만 2012년 4월 최종 제출된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조 교수는 옥시가 의뢰한 가습기 살균제 실험 용역과는 별개로 산학협력단에서 물품 대금 5600만원 상당을 속여 뺏은 혐의도 받았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