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베링거인겔하임이 폐암신약 '올무티닙'의 라이센싱을 반환한 이유에 대해 경쟁약물의 출현과 안전성(부작용) 때문이라고
한미약품(128940)이 밝혔다. 공시 시점 논란과 관련해서는 고의로 지연시키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미약품은 2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올무티닙 라이센싱 반환과 안전성 이슈에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한미약품과 지난해 7월 올무티닙의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판권에 대해 80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30일 공시했다. 1년3개월만에 돌연 개발을 포기한 것이다.
손지웅 한미약품 연구개발(R&D) 총괄 부사장은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 배경은 급변하는 폐암치료제의 변화 때문"이라며 "올무티닙과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임상 3상를 결과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경쟁환경이 출현했다"고 말했다.
올무티닙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앞두고 있어 타그리소보다 2년 이상 발매가 늦어지는 셈이다. 타그리소가 먼저 발매되면 임상 3상 환자 모집에도 상당한 지장을 받게 돼 올무티닙의 상용화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경쟁약물의 빠른 상용화로 베링거인겔하임이 투자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설명이다.
손 부사장은 "타그리소가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결과를 발표하고 승인을 예측이 되면서 제반 상황에 대한 분석을 안전성(부작용) 정보를 포함해 개발 계획을 고민해왔다. 한가지 이슈로 (라이센싱 반환) 결정을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이상반응 사례도 정부 당국 및 전문가들에게 충실하게 공유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약품 투약자 731명 중 3명(0.4%)에서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물 투약으로 사망자도 발생했다. '독성표피괴사용해' 2건(사망 1건, 입원 후 회복 1건),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 1건(질병진행으로 인한 사망) 등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무티닙은 국내에서 '올리타'라는 제품명으로 지난 5월 신속심사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시판 후 임상3상을 실시하는 조건이다.
손 부사장은 "3가지의 케이스 중 1케이스가 약과 직접적으로 관련한 사망 사례고 4월에 발생됐다"며 "나머지는 각각 6월과 9월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작용에 관한 정보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연구자, 임상연구 참여환자, 국내외 허가당국에 신속하게 공유됐다"고 밝혔다.
공시 시점이 늦어진 배경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지난 29일 장마감 후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수출을 공시했다. 다음날 장시작 후 베링거인겔하임과 라이센싱 반환 공시를 발표하면서 당일 주가가 18%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은 미공개정보이용에 따른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재식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메일로 통보받는 시각은 29일 오후 7시6분"이라며 "정정공시고 사안이 복잡하고 중요한 사안이라서 당직자에게 승인을 받기에는 어렵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다음날 오전에 공시 초안을 들고 증권거래소에 갔고 오전 8시40분부터 공시를 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며 "공시가 장전에 이뤄지지 않은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공시가 지연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을 포기하면서 글로벌 임상이 난관에 빠지게 됐다.
이관순 대표는 "향후 개발을 어떻게 끌고나갈지 여러 가지 분석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 개발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최초로 타그리소보다 먼저 임상에 들어가서 많은 애착을 갖고 개발한 약물"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좌측부터)이관순 대표, 손지웅 연구개발(R&D) 총괄 부사장, 김재식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사진=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