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기업들이 정작 자신들의 공익재단에는 한 푼도 기부를 안 하거나 굳이 계열 공익재단들을 놔두고 미르재단 등 두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서울 구로구을)이 5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들의 공익재단 결산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기부한 롯데의 경우 지난해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복지재단 3곳의 전체 기부금은 4000만원에 불과했다.
25억원을 기부한 한화, 17억원을 낸 KT, 11억원을 기부한 두산, 10억원을 낸 대한항공의 경우도 지난해 본인들이 운영중인 재단에는 기부하지 않고 두 재단에만 거액을 냈다.
삼성은 9곳의 공익재단을 운영 중임에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계열 공익법인에 기부하지 않고 두 재단에 각각 55억원과 54억원을 출연했으며, 2곳의 공익재단을 운영 중인 SK도 계열 공익 재단에 기부하지 않고 두 재단에 SK텔레콤과 SK종합화학의 이름으로 각각 21억5000만원씩 기부했다.
공익재단 6곳을 운영 중인 LG와 4곳을 운영 중인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로 두 재단에 각각 30억원과 21억원을 기부했다.
또한, 두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기업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확인한 결과 절반이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연속 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60억원을 기부한 삼성전자의 경우 전년대비 당기순이익이 약 2조3000억원 감소했으며, 28억원을 기부한 호텔롯데 면세점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1132억원 감소,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의 경우 각각 4076억원과 4511억원 순손실로 연속 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자기들이 운영 중인 공익재단에는 기부하지 않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 기업들이 전경련 말 한마디에 두 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것은 정권의 눈치를 본 강제모금에 의한 것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두 재단의 설립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비방과 폭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되며 비정상적인 거액의 모금행위가 누구에 의해 어디까지 개입되어 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