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패러다임 전환기, 안일한 대처로는 생존 담보 못해"(종합)

중소형증권사에 자사 만의 강점 지닌 특화 전략 주문

입력 : 2016-10-05 오후 7:12:06
[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안일한 대처로는 성장은 커녕 생존도 담보 못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국내 중소형증권사들의 차별화와 전문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황 회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진행된 '일본 증권사 초청 세미나'에서 국내 중소형증권사들이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되고 전문화된 강점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국내 증권사 사장 10명을 비롯해 임직원 200명과 일본 증권사 3곳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는 "현재 국내 증권업계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경계를 뛰어넘는 변화가 일어나는 등 패러다임 전환기 속에 있는 가운데 대형사들과 격차가 커지고 있는 중소형사들이 차별화와 전문화 없이 안일하게 대처할 경우 성장은 커녕 생존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우리 증권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IT태동기를 거치면서 이에 특화된 중소형증권사들이 많이 나타났다"며 "실리콘밸리에 있는 지역 IT특화증권사들이 신생기업들의 상장을 주관했다"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진행된 '일본 증권사 초청 세미나'에서 패러다임 전환기 속 국내 중소형증권사들이 차별화와 전문화 없이 안일하게 대처할 경우 성장은커녕 생존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현재 미국은 소수의 종합서비스IB와 다수의 부티크IB가 공존하는 시장을 구축했다. 특화전문화 금융회사의 여러 유형 중 하나인 부티크IB는 자본력에 기반한 게 아니라 인력과 전문성에 중점을 둔 사업모델을 추구한다. 1~2가지 업무에 집중하는 한편, 특정 산업에 전문성을 갖추고 범위도 전국이 아닌 특정지역에 집중하면서 차별화를 두고 있다. 
 
황 회장은 일본 증권사들의 사례도 우리 증권업계에 좋은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회장은 "일본도 니치마켓 공략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전문화와 특화를 모색했다"며 "빅5 대형사 외에도 인터넷전업증권사, 지역밀착형증권사 등 증권사들이 자사 특성에 맞게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1989년 자본시장 폭락 이후 10년간 증권업계의 대대적 구조재편을 진행했다. 규제개혁을 단행했는데 일본판 '금융빅뱅'이 그것이다.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개선하고 증권업과 동반 성장하는 구조로 변화를 시도했다. 규제완화를 펼치면서 일본 증권업계는 10년간 증권사 수가 300개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신규사의 진입과 퇴출이 반복되는 변화를 겪으며 특화전문화로 성장해나갔다.
 
수익모델에 있어서도 과거 위탁매매 의존도(30%)가 높았지만, 주식시장 붕괴 후 자산관리 중심으로 변모해갔다. 이런 과정 속에 일본 증권업계에는 노무라, 다이와 등 5대 대형 증권사 형성과 더불어 다양한 특화전문화 증권사가 출현할 수 있었다. 사업모델별로 보면 낮은 수수료율로 온라인 위탁매매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인터넷전업증권사, 일반 증권사에 비해 선물, 신용거래, 옵션 등 고리스크 상품에 높은 전문성을 지닌 선물회사 계열 증권사, 지역 밀착형 영업에 나서는 지방 증권사, 기업, 기관투자자 고객 중심의 도매 전업 등이 그 예다. 
 
무라카미 마사아키 도카이도쿄증권 전무가 자사 만의 특화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준상 기자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 증권사 3곳도 이같은 특화전문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무라카미 마사아키 도카이도쿄증권 전무는 “지방 금융기관과의 합병과 제휴를 통해 영업망을 확충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며 “향후에도 강점을 살려 다른 금융기관과의 연계 비즈니스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이자와증권은 자산관리서비스에 강점을 갖고 있다. 오이시 아츠시 본부장은 “아시아 주식의 컨설팅에 주력하는 전략이 주요했다”며 “2000년대 들어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비롯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등 다양한 주식을 취급하며 경험과 정보를 축적했다”고 전했다.
 
에이스증권은 리테일 영역에서의 금융상품중개업(독립투자자문업, IFA)과 IB 영역에서의 지역특화 IPO가 특화 분야다. 쿠메 아이주 전무는 “당사는 판매 위탁계약을 맺은 금융상품중개업자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업체”라며 “지점을 통하지 않은 전국적 영업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IB영역에서는 간사이 지방의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상장부터 상장 후 지원 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서 신뢰관계를 구축해 향후 공모와 M&A까지 연결시키는 관계형 투자은행 체계 구축에 주력 중”이라는 점도 밝혔다.
 
황 회장은 "비록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과 경제규모와 환경 등의 면에서 차이가 있어서 이들의 사례를 우리 업계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국내 중소형증권사들이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금강송을 예로 들며 국내 중소형증권사들이 자산만의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노력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황 회장은 “금강송은 중간에 가지를 없애면서 올라가 줄기가 곧은 특징을 지녔다”며 “국내 중소형사들도 자산들만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국내 증권업계가 새로운 수익사업모델의 방향성을 고민하며 변화에 나설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증권사 ROE는 과거 12~15%대에서 최근 2~3%대로 하락한 상황이다. 
 
그는 “아직도 국내증권사들은 차별성 없이 위탁매매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이는 장기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수익사업모델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될 때”라고 진단했다. 
 
최 박사는 “저성장에 기반한 대형사와 기술·네트워크·자문력에 기반한 특화전문화 중소형사로 국내 증권업 경쟁구도의 이원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대형사와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고,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는 상황 속에 중소형사들이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증권사 자체적으로 특화전문화 중소형사로 변모하기 위해 차별화, 고도화된 역량의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기적 성장, M&A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박사는 또 “금융당국 역시 증권사의 특화전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유연하고 역동적인 증권산업 사업과 규제 환경 마련에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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