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상 부사장. 사진/효성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조석래 효성 회장의 삼남 조현상 부사장이 지분 경쟁에서 발을 뺀 듯 보인다. 승계 시점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장남인 조현준 사장만이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까지 효성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호실적을 타고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는 속에도 경쟁하듯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조 부사장의 매입 행보가 잠잠해졌다. 반면 조 사장은 지난달에도 20일부터 27일까지 125억원가량을 투입해 효성 주식 10만52주를 매입했다. 이로 인해 지분율은 13.8%까지 늘어났다.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12.21%다.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2013년 보유주식 전량을 외부에 처분하기 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33.24%였다. 현재 36.97%로 이미 처분 전 수준을 넘었다. 경영권 위협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그럼에도 조 사장이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은 지분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을 낳는다. 조 회장이 고령이고 분식회계 및 탈세·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승계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의 현재 지분율은 10.15%다.다만 일시에 승계하면 상속세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지배력도 약해질 수 있다. 때문에 조 사장이 사전에 지분을 충분히 사들여 입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일각에선 승계 과정에서 회사를 분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승계에 따른 가족 분란이 없도록 조 회장이 아들들에게 사업을 적절히 나눠 줄 것이란 시각에서다. 현재 조 사장이 섬유, 중공업, 무역을, 조 부사장이 산업자재, 화학, 수입차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조 사장은 효성ITX, 갤럭시아컴즈 등 주식을 단독으로 보유한 회사들도 많다. 조 부사장도 지난해 더클래스효성 주식을 대량 매입해 61.5%까지 지분을 늘리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효성의 승계는 이미 상당부분 완료된 상태다. 조 회장이 효성 지분을 넘겨주기만 하면 된다. 재계에서는 효성의 보수적인 가풍을 이유로, 장남인 조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효성의 가부장적 문화는 이른 승계를 어렵게 한다. 차남 조 전 부사장도 다시 가족 품으로 되돌려야 한다. 조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