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주택연금 수령자 중 6억원 이상의 주택보유자 대부분이 월 150만원이 넘는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9억원 이상 주택보유자에게도 주택연금 허용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를 재검토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주택연금 주택가격별 가입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가입자 3만5537명 중 6억원 이상 주택보유자는 1933명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이들 가운데 88.2%(1706명)가 월평균 150만원 이상의 주택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근로자 월평균 임금(330만원) 수준을 수령하는 월 300만원 이상 수령자도 434명으로, 22.4%에 달했다.
반면 전체 주택연금 가입자 3만5537명 중 83.8%(2만9790명)는 150만원 미만의 금액을 수령했다. 이들의 월 평균 수령액은 98만원이었다.
노후자금이 필요한 고령자를 위해 마련된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금융기관에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한 뒤 매달 고정적인 생활자금을 연금식으로 받는 상품이다. 2007년부터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해왔으며 국가가 연금지급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급 중단의 위험이 없다. 부동산 경기침체 시에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감소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고, 향후 집값이 올랐을 때는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중도에 상환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거주지를 살펴보면 수령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연금 가입자 가운데 72.4%(2만5731명)가 수도권 거주자였고, 이 중 31%는 서울에 살고 있었다. 이에 반해 6억원 이상 주택보유자는 97.9%(1894명)가 수도권에 거주했으며 이 중 서울 거주자도 69%에 달했다. 지방 거주자는 39명으로, 전체 6억원 이상 주택보유자의 2%에 불과했다.
최근 주택금융공사는 9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고액자산가에게도 주택연금 가입을 허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9억원 이상의 주택보유자에게 주택연금을 허용해 기금의 안정성을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저가주택 보유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소득재분배에 기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맞춰 9억원 이상 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갖고 있는 고령층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가입에 제한을 받아왔던 주택가격 합산액 9억원 이상 다주택 보유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9억원 이상 주택보유자의 경우 연금 월 지급액은 주택가격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9억원의 주택 기준에 맞춰지도록 규정했다. 주택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월 지급액을 무제한으로 많이 받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오피스텔 거주자의 주택연금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금융위원회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 6만4000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보유자 1만7000가구가 주택연금 가입 대상에 새로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제 의원은 금융위 입법예고 당시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보유자까지 보호하는 주택연금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주택연금의 재원고갈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고가주택 소유자를 보호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제 의원은 “이미 6억원 이상 주택소유자를 분석해보면 고액연금, 서울 쏠림 현상이 두드려졌는데 9억원 이상 주택보유자들을 포함하면 서울 특정지역의 자산가에게 고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손실이 나면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주택연금 상품을 고액자산가의 주택가격 하락 헤지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본연의 목적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서울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시민들이 ‘내집연금 3종 세트’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