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최근 청약경쟁률 수십 대 일은 기본, 수백 대 일까지 최고 기록을 내세워 홍보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는 높은 청약경쟁률 뒤에 투자수요의 중복 청약 허수가 숨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늘어나면서 단지를 블록별로 나눠 청약을 받는 중복청약이 늘어났다. 청약 날짜를 다르게 하거나 같은 날 청약을 실시하고 당첨자 발표일을 다르게 정해 중복청약을 가능케 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 6일 청약을 마감한 '고덕 그라시움'은 평균 22.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서울 공급단지 중 가장 많은 청약자 수를 불러 모으며 모든 주택형에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1621가구 분양에 총 3만6017명이 몰렸다.
최고경쟁률은 전용면적 84㎡ D블록에서 나왔다. 84㎡ D 103가구 모집에 3830명이 청약을 접수하면서 37.2대 1을 기록했으나,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면별 '쪼개기' 분양 방식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
고덕그라시움은 평면별 A·B·C·D 타입으로 세분화하는 방식을 써 공급 가구 수를 줄였다. 113㎡C는 1621가구 가운데 단 3가구에 불과했다. 평면과 타입별로 극소수의 가구만을 공급해 최고 경쟁률을 끌어올린 셈이다.
지난 6일 청약 마감한 고덕그라시움은 평균 22.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대우건설
여기에 청약일 또는 당첨일을 날짜를 다르게 정해 하나의 청약 통장으로 여러 번 청약이 가능하게 한 곳도 있다.
동탄2 신도시 호수공원의 '부영사랑으로 2차'의 경우 3개 블록에서 같은 날 청약을 받았지만 블록별로 당첨자를 따로 발표해 세 번의 중복청약이 가능케 했다. 지난 8월에 분양한 1차분도 같은 방법으로 평균 청약경쟁률 50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접수를 마감한 '김포 한강 호반베르디움 2·3·5차'도 블록별로 당첨자 발표일을 나누면서 중복청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복청약으로 평균 2.28대 1의 경쟁률까지 끌어올리며 전 세대가 순위 내 마감됐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김포 풍무 꿈에그린 2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약 시 4블록과 3·5블록으로 나눠 진행해 중복청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평균 1.76대 1의 경쟁률로 3·5블록은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 7일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돌입한 4283가구 규모의 안산 그랑시티자이도 같은 방법으로 청약을 진행 중에 있다. 안산 그랑시티자이는 청약을 2회차로 나눠서 진행된다. 아파트 1회 청약과 2회 청약을 하루 차이로 진행하고 당첨자 발표일도 다르게 정해 두 번의 청약이 가능하게 했다.
분양 마케팅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대단지가 늘어나면서 블록을 나눠서 분양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며 "어찌 보면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건설사들의 분양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겠지만, 청약경쟁률에 허수가 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etomato.com</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