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서울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범인 김모(34)씨가 1심에서 징역 30년, 치료감호 및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여성혐오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유남근)는 14일 "김씨가 당시 앓고 있던 조현병은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한 점을 인정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법은 원칙적으로 책임능력이 있는 상태에서의 행위만을 처벌해 양형 역시 책임능력의 정도에 따르도록 하는 '책임주의'를 천명하고 있다"며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는 김씨에 대해서는 책임주의 실현을 위해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형법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을 감경하도록 의무규정으로 정하고 있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그러면서 "정신 감정의는 김씨가 여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며 "이 성격과 망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피해의식으로 인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번 사건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무작위 살인으로 통상의 살인 사건과 명백한 차이가 있다"며 "동기에 참작할 아무런 사유가 없으며 생명경시의 태도가 매우 심한 범죄인 점, 사회 공동체 전체에 큰 불안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6월 한 달간 김씨를 국립법무병원에 감정유치하고 정신감정을 실시한 결과, 이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는 아니며 조현병(정신분열)으로 인한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 범죄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씨는 지난 5월17일 오전 1시7분쯤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피해자 A씨(23·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화장실을 혼자 이용하는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린 후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중·고교 시절부터 정신적 불안증세로 병원 진료 등을 받았다. 2009년 이후 조현병으로 6회 이상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서 증상이 다시 악화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결심 공판에서 "김씨의 범행이 토막살인 못지않은 잔혹성을 띤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20년의 치료감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34)씨가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