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로 창업 '붐'?…현실은 '청년의 빚'

예산 2조 쏟아붓고도 현실은 참담…질보다 양에 집중한 결과

입력 : 2016-10-18 오후 6:16:21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든파이브툴 5층. 이곳에는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은 39세 이하 청년 창업가들의 사무실 200여곳이 하나의 층을 메우고 있다. 평일 오후 3시였음에도 20여곳을 제외한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공간 지원이 이달 말로 만료되는 탓에 미리 이사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창업에 실패한 이들이 남긴 공실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청년 창업가 A씨는 "중간에 사업을 포기한 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빈 사무실이 많아졌다"며 "정부 지원 기준이 사업의 지속가능성 보다는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개인 아이디어로 쉽게 도전하고 그만큼 쉽게 포기하는 창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창조경제 기조 아래 정책적 지원이 쏠리면서 '제2의 창업 붐'이라 불릴 만큼 창업 열기가 뜨겁지만 그만큼 실패하는 창업자들도 늘면서 부작용이 일고 있다. 특히 예산의 70% 이상이 편성된 청년 창업의 경우 준비 부족과 정책과 현실 간 괴리 등으로 빚에 허덕이는 청년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창업 지원이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면서 정작 중요한 '질'은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일자리사업 심층평가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5000억원 미만이었던 창업지원 관련 예산은 2014년부터 급증해 지난해 1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에도 청년일자리 창출과 창업 분야에 2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되면서 창업 관련 총 예산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대통령의 독려에 2조원이 넘는 예산을 창업 지원에 쏟아붓고 있지만 성적표는 참담하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세계은행의 '2016년 기업환경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업분야 순위는 2014년 17위에서 지난해 23위로 6단계 하락했다. 통계청이 지난 2012년부터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에서도 창업환경의 악화가 여실히 드러난다. 2014년 기준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1년 후 60.4%, 3년 후 39.3%, 5년 후 29.9%로 나타났다. 창업 1년 후 10곳 중 4곳이, 5년이 지나면 7곳이 사라지는 형국이다.
 
정부 지원만 믿고 창업에 뛰어들어 오히려 빚만 떠안은 청년 창업자도 매년 늘고 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대출받고 이를 상환하지 못한 경우가 2013년 80건에서 지난해 221건으로 약 2.7배 늘어났다. 미상환 금액 역시 2013년 44억원에서 2015년 124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청년전용 창업자금은 만 39세 이하 청년대표자를 대상으로 사업 개시일로부터 3년 미만인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정책자금이다. 예산은 올해 1000억원이 편성됐다. 김 의원은 "청년층에서 창업 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문제는 일반창업에 비해 심각하다"며 "정부가 창업을 강조하지만 플랫폼 구축이나 준비단계에 대한 고민 없이 손쉬운 대출로 청년들을 빚더미로 내몰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창업으로 현재 연매출 300억원의 중소기업 대표가 된 B씨는 "지원이 없는 것보다는 돈을 투입할수록 좋다. 하지만 지원한 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숫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대역 근처의 상점들이 폐업신고로 인해 문이 닫혀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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