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세력을 확장해오던 중국산 스마트폰이 영역을 프리미엄 시장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중저가의 보급형 시장을 중국산에 내준 삼성과 애플로서는 도전을 넘어선 위협이다.
22일(현지시간) 비즈니스위크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글로벌 10대 브랜드 중 7개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며 "로컬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충성심 때문만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염가의 '미투(me-too)' 제품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필적할 수준의 모델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중국 3대 브랜드인 화웨이, 오포, 비보는 500달러(약 57만원)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 40%가량을 점유할 정도로 수준을 끌어올렸다.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발을 넓힐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꼽는다. 제품을 선택할 때 가격보다는 품질과 서비스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중국산 스마트폰 돌풍을 이끌었던 저가의 대명사 샤오미의 몰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화웨이, 오포, 비보의 평균판매가격은 300달러 이상인 반면 샤오미는 180달러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와 칩셋 제조업체 퀄컴 간 독특한 합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퀄컴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중국 정부에 9억7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납부하고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로열티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은 30%가량 급감했다.
러에코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스마트폰 S3와 프로3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AP
중국 업체들은 이에 힘입어 시장을 가리지 않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2의 차이나로 불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가 주요 공략 대상이지만, IT의 본산이자 최대 선진 시장인 미국을 뚫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그간 미국에서 팔리는 중국 휴대폰은 ZTE, 레노버, TCL 등의 선불폰이 대부분이었다. 특허 문제나 현지 통신사와의 관계 등이 장애물로 작용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현지화다. 삼성전자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한 화웨이는 현지 디자인팀 구성을 꾀한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시작해 제조업까지 진출한 러에코는 내달 초 미국 시장에 스마트폰 S3와 프로3를 출시한다. 지난달 중국에서 선보인 프로3에 미국 전용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S3를 더했다. 최근 미국 TV 제조사 비지오 인수는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