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 등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규태(67) 일광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핵심 혐의인 1100억원대 EWTS 공급대금 편취 혐의를 무죄로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심담)는 27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 회장에게 총 징역 3년4개월을 선고했다. 회삿돈 횡령 혐의 등에 징역 2년6개월이, 뇌물공여 혐의 등에 징역 10개월이 적용됐다.
재판부는 회삿돈 횡령과 뇌물 공여 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횡령액이 약 100억원이다. 일광공영에 대한 종전 범행인 횡령 등 사건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과정에서 유리한 양형사유로 인정받기 위해 그 피해 변제액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무기중개업체의 경영자인 피고인이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공무원들로부터 군 내부자료 제공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고, 일부는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 범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소사실의 핵심인 EWTS 공급대금 9617만달러(1100억여원) 편취 혐의는 무죄로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규태를 포함한 일광공영 측이 하벨산에 EWTS 장비에 관해 국내 연구·개발 명목으로 공급대금 부풀릴 것을 제안했고, 피고인들이 하벨산과 공모해 방사청을 상대로 국내 연구·개발 명목으로 EWTS 공급가격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518만달러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무죄로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EWTS 공급대금 사기 혐의가 무죄이므로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무죄”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 의심 없이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 회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조세) 혐의와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외국 회사에서 지급받을 중개수수료 840만달러가량을 해외은행 차명계좌로 입금받아 은닉한 혐의도 받았었다.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뇌물공여 혐의와 교비횡령 부분 등이다. 이 회장에게는 일광공영의 보안점검 등을 담당했던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군무원들에게 1500여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이 일광학원 법인이 운영하는 우촌초등학교 교비 6억97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사립학교법 위반·특정경제범죄법 횡령)도 유죄로 선고했다. 일광공영 회삿돈을 자신의 다른 형사 사건 피해변제금으로 사용하거나 일광그룹의 다른 계열사 운영비로 사용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일광공영 계열사 임원 조모씨와 공모해 EWTS 사업 수행 과정에서 하청업체인 스트라텍 직원 숙소에 몰래 침입해 스트라텍에 저작권이 있는 컴퓨터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무단으로 복제한 혐의를 유죄로 선고받았다.
한편 이 회장은 EWTS 납품 과정에서 불필요한 하도급사를 끼워 사업비를 부풀려 정부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기소됐다.
EWTS는 아군 전투기에 대한 가상의 적 레이더 탐지 및 대공포·미사일 공격 등을 시현해 조종사들이 가상 공격에 대처하는 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비다.
이 회장은 터키 하벨산, SK C&C 등 관계자와 공모해 SK C&C가 EWTS의 중요 구성장비를 연구·개발해 납품하는 것처럼 속여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방위사업청으로부터 9617만달러(1101억원)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EWTS 공급대금 편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철길(62)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인 권모(61) 전 솔브레인 이사, 조모(50) 전 SK C&C 부장 등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추징금 59억90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