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제약회사와 한의사 간의 의약품 거래를 가로막은 약사단체가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약사단체인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유한양행 등 91개 주요 제약회사에게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과는 거래하지 말도록 강요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800만원을 부과했다고 30일 밝혔다.
'약준모'는 3000여명의 약사를 회원으로 보유한 사업자단체로 지난 2002년에 설립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약준모는 지난해 5월 한약국의 일반의약품 취급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같은해 5~6월 불매운동을 시도하고 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91개 제약회사에게 한약국과 거래를 거절하도록 강요했다.
실제로 약준모가 유한양행에게 보낸 공문을 살펴보면 명확하게 거래중인 한약사와의 거래 정리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 명시하고 앞으로 한약사에게 일반의약품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할 것을 강요했다.
다른 제약회사들에게도 한약사 개설약국과 거래를 정리하고 신규 약국거래 시에는 한약사 개설약국 여부를 철저히 사전 검증해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서면으로 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유한양행을 비롯한 총 10개 제약회사가 거래중이던 한약국과 거래를 일괄 중단했다.
공정위는 약준모의 이같은 행위가 제약회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약사단체라는 점을 이용해 제약회사들의 거래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다수의 주요 제약회사가 동시에 거래를 거절하도록 함으로써 한약국과 약국 사이의 일반의약품 취급에 대한 경쟁을 차단해 약국과 한약국간의 일반의약품 판매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소멸돼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켰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7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약사단체가 사업자단체의 힘을 이용해 경쟁사업자인 한약사를 일반의약품 판매시장으로부터 배제한 불공정행위를 엄중 조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사용해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각종 사업자단체의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정하게 법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약사단체인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유한양행 등 91개 주요 제약회사에게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과는 거래하지 말도록 강요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800만원을 부과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