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지난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으로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가 건축물 내진설계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주로 지진 발생 등 관련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내진설계 대상을 확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진을 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임시방편의 처방에 그쳤다는 평가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1일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건축물 내진설계에 있어서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기준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건축비 증가 등 주로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 지진발생 등 관련 이슈가 제기될 경우에 내진설계 대상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는 정책을 지속해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모든 건축물을 대상으로 내진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진재난에 대한 사전 예방 차원에서라도 모든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내진설계 확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건축물의 층수와 연면적을 기준으로만 내진설계 대상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지역별, 건축구조별, 규모별로 차등화된 내진설계 기준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1988년에 도입된 당시 내진설계 의무적용 대상은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이상의 건축물이었지만,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돼 지난해에는 3층 이상 또는 500㎡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내진설계를 2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지난달 마련한 상태다.
또한 입법조사처는 민간 건축물을 갖고 있는 개인소유자에게는 내진보강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도 밝혔다. 정부가 지방세 감면과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행 수준의 대책으로는 민간의 자발적인 내진보강을 유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의 재정적 지원규모는 내진진단 비용을 마련하는데도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방원 마련이 요구된다. 일본의 경우, 내진보강 지원과는 별도로 내진진단 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체 비용의 3분의 2를 부담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도 민간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함과 동시에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20일 경북 경주시 산내면 직원들이 지진피해를 입은 지붕에 우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