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는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 170m 중 시가 소유한 100m 구간을 내년 8월에 시민들에게 우선 개방한다.
해당 구간의 통행제한이 풀리는 건 60년 만이다. 영국 대사관 정문에서 후문까지 이르는 170m 구간은 지난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 이후 이용할 수 없었다. 시는 나머지 구간 70m에 대한 개방 여부를 향후 영국대사관과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난 2014년 10월 영국대사관에 덕수궁 돌담길을 회복하자고 제안하고, 같은 해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콧 와이트먼(Scott Wightman) 전 주한영국대사와 함께 단절된 돌담길을 둘러봤다. 이후 지난해 5월 양측은 돌담길 개방 필요성과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같이해 재개방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양해각서를 채결했다.
양해각서 체결 이후 시와 영국대사관은 개방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영국대사관은 이 지역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한편 보안 문제를 우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이 과정에서 영국대사관은 돌담길이 방문객과 영국인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안전과 보안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하게 조사·평가하는 등 사전 자문을 받아왔다.
영국 외무부에서도 업무빌딩 1층을 통과하는 보행로를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보안 전문가를 파견하기도 했다. 이에 시는 영국 보안 전문가와 실무협의를 거쳐 대사관 직원 안전과 근무 환경 등을 보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8월 개방 예정인 영국대사관 후문에서 직원숙소까지 이르는 덕수궁 돌담길 100m 구간. 사진/서울시
결국 수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영국대사관은 전체 170m 구간 중 대사관 보안상 이유로 시 소유 구간 100m는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6일 시는 영국대사관에게 시 소유 구간 100m를 반환받기로 최종 합의했다. 현재 영국대사관은 경계담장 재설치와 후문 이설 등 반환을 위한 설계·공사를 진행 중이다.
시 역시 개방 예정 구간인 100m를 어떻게 개방할지 설계 중이다. 또 영국대사관 소유의 토지 반환과 후문·경계담장 등 설치 및 보행로 조성을 진행할 방침이다. 시는 올해 안으로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8월 개방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개방하는 돌담길은 문화재청에서 복원을 추진 중인 ‘고종의 길’ 110m와 연결된다. 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과거 회극문이 있던 덕수궁 담장에 출입문도 설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문을 통해 덕수궁에 들어온 시민들이 돌담길을 이용해 ‘고종의 길’이나 덕수초등학교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김준기 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서울시와 영국대사관은 상호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는 가운데 덕수궁 돌담길 회복을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며 “6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덕수궁 돌담길이 시민들의 바람대로 역사성을 회복하고 걷기 좋은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을 우산을 쓴 시민들이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