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오는 16일 한화종합화학이 한화큐셀코리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수일가 3세들의 지배구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재계 총수일가 3·4세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낸다. 사회적으로는 무임승차 문제로 재벌의 경영권 세습을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승계과정에서는 편법 상속에 대한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후계자의 경영능력과 적법한 절차에 따른 상속 여부를 두고 사회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오는 16일 한화큐셀코리아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총수일가 3세들이 지배구조를 공고화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화종합화학이 한화큐셀코리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563만2914주를 취득하게 된다. 출자 후 지분율은 50.15%로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기존 한화큐셀코리아의 최대주주였던 (주)한화, 한화케미칼, 한화E&C는 지분율이 축소될 예정이다. 한화종합화학의 상위에는 한화에너지가 있고 이 회사 지분 100%는 한화S&C가 보유 중이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 김동관(지분 50%), 동원(25%), 동선(25%) 세 형제가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유상증자 이후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배구조 정점이 김 회장에서 아들들로 변경된다. 한화종합화학은 화학 분야 핵심 계열사인 한화토탈의 지분도 50% 가지고 있다. 세 형제가 그룹 계열사의 임원을 맡아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는 동시에 지분 승계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한화는 그러나 승계과정에서 편법 승계에 대한 잡음이 없지 않다. 세 형제가 보유한 한화S&C 주식이 저가 거래됐다며 소액주주 등이 반발해온 것이 한가지다. 이 문제는 소송까지 번져 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화S&C는 또한 계열회사의 지원성 거래로 급성장하는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돼 왔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 절반 이상(53%)이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후계 경영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편법승계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GS는 최근 허창수 회장의 4촌 형제와 5촌 조카의 지분변동이 활발하다. 지난해 말 총수일가 4세들의 승진으로 인한 경영권 승계와 더불어 지분 승계 작업에도 착수한 것이란 해석을 낳는다. GS는 지난 4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완구 승산 회장이 GS 보유 주식 145만주를 사회복지법인 동행복지재단에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재단의 GS 지분은 0.06%에서 1.62%까지 상승했다. 이 재단은 지난해 말 허동수 회장이 5만5000주의 GS 주식을 기부해 설립한 것이다.
허동수 회장이 그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해 왔지만 별도의 재단을 설립해 그룹 지분을 이전한 데는 지분승계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선이 있다. 허동수 회장은 현재 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어 재단 지분을 활용한 경영 참여도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허광수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가 GS 주식 1만5000주를 매입해 지분 1.08%를 확보했다. 허남각, 허동수, 허광수 회장은 모두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직계가족으로 이들 일가에서 일련의 지분변동이 일어났다.
공익재단을 이용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는 등 편법 승계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GS도 향후 지분변동에 유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63개를 분석한 결과, 다수가 그룹 중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계열사 주식으로 적정수익을 창출해 공익사업 재원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분석대상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변동 사례가 54건으로 그 중 실질적 주식매각은 3건에 불과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