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유업계가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까지 달성했지만 우유가격 인하에는 '요지부동'이다. 우유의 주 원료인 원유값 인하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유업계가 수익성까지 큰 폭으로 늘어난 가운데 언제까지 '버티기'에 나설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일유업(005990)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 4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05% 급증한 실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률도 분기 사상 최고치인 6.4%까지 확대됐다. 매출액은 3분기 누적기준 7% 증가한 9920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003920)도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나 증가했다. 매출액도 9075억원으로 소폭 증가해 '갑질 논란'이 길어졌던 어둠의 터널에서 완전히 탈출한 모습이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원유값 인하에 따른 원가 개선 덕분이라는 게 시장의 주된 관측이다. 앞서 낙농진흥회는 8월부터 원유 기본가격을 리터당 940원에서 18원 내린 922원으로 내린 바 있다.
이에 힘입어 매일유업 유가공부문 영업이익은 176억원으로 137% 급증했다. 이 부문 매출액이 4% 증가한 279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남양유업도 유가공부문 누적 영업이익이 26%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원유값 인하에 우유가격 인하로 화답한 곳은 서울우유뿐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9월부터 '나100%우유' 5개 대표 품목의 가격을 40~100원 인하했다. 8월 낙농진흥회가 원유가격을 18원 내리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입장에선 의미가 있는 인하 폭이었다.
당초 시장에선 우유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가 과감한 결단을 내린 만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의 가격 인하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원유값 인하가 시행된 8월 이후 3달이 훌쩍 지났지만 인하는 깜깜 무소식이다. 매일유업이 일부 저지방우유 품종에 대한 인하에 나섰지만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비주력 제품에 국한됐다.
원유값 인하 직후 유업계는 최근 몇 년 간 실적 악화에 시달린 것을 부담 요인으로 강조하며 기존 가격정책을 유지한 채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러나 유업계가 올 상반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데 이어 이번 3분기에도 성장세를 유지하며 가격 인하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유 회사들은 아직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 모습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18원 내려갔을 뿐인데 우유 소비자가격을 50~100원씩 내리기는 힘들다"며 "여전히 물류비,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우유 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있어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분기 실적 개선도 소비 자체가 부진한 흰우유보다 영업비의 절감이나 다른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늘린 결과"라며 "우유값 인하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지만 이미 대형마트 등을 통해 상시할인을 펼치고 있는 만큼 가격을 인하해도 체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원유값 인하 이후 업체별 원유 매입액 비중과 비용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실적 개선이 큰 폭으로 이뤄진 만큼 가격인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가격인상의 명분으로 삼아 온 '원유값'이 내려가고, '실적'도 개선된만큼 지금이 가격 인하를 단행할 '적기'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원유값 인하에 따라 유업계의 부담은 분명 감소했고,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은 최근 유업체들의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며 "소비자들과 혜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우유가격 조정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유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