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고, 협박당하고…김연아·박태환까지 농락한 비선실세들

김연아 '스포츠 영웅' 불이익, 박태환 올림픽 포기 압박 의혹

입력 : 2016-11-21 오후 3:44:15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김연아(26)와 박태환(27)까지 번지면서 체육계의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동정 여론이 거센 김연아와 달리 박태환을 향한 시선은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외부에서 논란이 시작된 김연아의 사례와 비교해 박태환은 약물 복용이라는 내부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김연아의 관계는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의 '말'에서 시작됐다. 김연아가 지난 201411월 차은택이 개발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불참했는데 당시 장씨가 "쟤는 문체부에 찍혔어"라고 했다는 측근의 폭로가 최근 나온 것이다. 이후 김연아를 둘러싼 의혹들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관심이 집중된 의혹은 김연아와 박근혜 대통령의 어색한 만남이다. 지난해 8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행사에서 김연아는 박근혜 대통령이 잡은 손을 슬쩍 놓으며 시선을 피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김연아가 행사 초청에 불참했는데 그때부터 박 대통령측이 벼르고 있었다는 관계자의 추가 증언도 나온 상태다.
 
◇지난해 8월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행사에서 김연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잡은 손을 놓으며 시선을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면. 사진/채널A 보도 캡쳐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스포츠 영웅' 수상 논란도 재점화됐다. 김연아는 지난해 9월 체육회가 선정한 2015년 스포츠영웅 심사에서 12명의 후보 중 인터넷 투표 82.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최종 심사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체육회는 "나이가 어려 수상 자격이 없다"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육회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결국 체육회는 뒤늦게 김연아를 올해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해 오는 23일 헌액식을 치른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스포츠영웅의 상 취지와 실효성을 떠나 지난해 비판 여론 직후 올해 김연아가 받는 것을 보면 고의로 배제됐다는 주장이 사실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박태환 역시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최순실 게이트' 혐의를 받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취소를 압박했다는 폭로다. 박태환의 측근은 지난 20일 김 전 차관이 박태환과 관계자들을 만나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단국대 교수 임용을 위해 힘써주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태환은 21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워낙 긴장돼 당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 생각한 채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앞서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18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징계 만료로 리우올림픽 출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약물 복용이 검출된 선수는 징계 후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을 제시하며 제동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박태환은 법정 다툼 끝에 리우올림픽 출전을 이뤘으나 체육계 내부에선 여전히 당시의 결정을 두고 찬반 주장이 맞서고 있다.
 
김종 전 차관의 부당한 압력 행사 폭로가 터져 나오며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두고 쓸데없는 힘겨루기를 해 선수만 피해 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태환의 변호를 맡았던 임성우 변호사는 21<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종 차관과 박태환의 만남을) 언급하기 곤란하다.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뭔가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지 않겠느냐"며 "확실한 건 선수가 올림픽 준비 등에서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 10월10일 오후 충남 아산 배미수영장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수영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 경기에서 박태환이 1위로 골인한 뒤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체육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전 차관의 압박과 박태환의 약물복용 자체는 떼어놓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무조건 최순실이나 김종 사태와 연결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다. 당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김종 전 차관의 압력은 잘못된 것이나 박태환의 약물은 선수의 도덕성과 연계된 별개의 문제"라며 "모든 것을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 짓지 말고 그와 별개로 체육계 각종 문제점을 고치려는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관계자는 이번 김연아 박태환 사례를 묶어 "모든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면 김연아는 피해자인 게 확실하지만 박태환은 약물 복용이 첫째인 조금 다른 성격의 사안 아니냐"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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