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소통있는 '포스트 트루스' 시대를 바라며

입력 : 2016-11-22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최근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2016 항공기 감항분야 안전세미나'에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항공업계 정비 관련 기술 인력들이 모여 항공안전 분야 기술과 제도에 대한 분석과 나아갈 길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때아닌 언론 대응과 관련된 내용으로 오전 시간 전부가 할애된 것.
 
일부 언론들이 안전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근거 없이 보도한 자극적 내용이 업계 신뢰도를 필요 이상으로 갉아 먹는다는 성토가 주를 이뤘다. 오전시간 내내 이어진 토론은 업계가 적극적으로 언론과 소통해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의혹 불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경제적 이윤 창출이 제 1덕목인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불과 수시간만에 다다른 결론은 결국 '소통'이었다. 국민의 안녕이 가장 첫번째 덕목이어야 할 대통령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단어가 '불통'인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옥스포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탈진실)'를 선정했다.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신념이 여론을 조성하는데 더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이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가장 합리적인 수단은 명백한 근거와 논리다. 그리고 전달하려는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그것이 받아들여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소통의 부재에서 촉발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고, 여전히 그 속에 살고 있다. 국정농단사태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질문은 기득권에 의해 외면당했고, 이는 새로운 뉴스의 원천으로 떠오른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위 찌라시의 대규모 양산과 유통을 낳았다.
 
사람들은 이를 공유하며 사실여부의 객관적인 검증보다는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감정을 이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담담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공유할 소통의 창구는 부족하다.
 
소통에 있어 최전선에 섰어야 할 언론 역시 이번 사태로 찬사보다는 질타를 더 많이 받고 있다. 터무니 없는 소리라 일축하다 불붙기 무섭게 쏟아지는 일부 매체 후속 보도의 질과 양은 오히려 그동안 걸려져 나왔을, 그리고 지금도 일부 걸러질 내용들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런 것들이 국정농단사태의 본질을 흐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도래는 그동안 믿어왔던 많은 것들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객관적 사실을 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이들의 가치관을 흔들만큼의 혼란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다가올 혼란에 대한 우려보다는 그에 앞서 '왜 그들이 사실보다 감정에 기대게 됐는가라는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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