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지난 26일 5차 촛불집회에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사상 최대 규모인 전국 190만 인파가 운집했다. 이러한 촛불 민심을 확인한 정치권의 탄핵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27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각자 마련하고 있다. 28일 각 당 내부적으로 초안을 정리하고 29일까지 야3당 최종 조율을 거쳐 공동 탄핵소추안을 준비한다. 30일 발의하면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해 2일 본회의 표결을 부친다는 계획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미 검찰에서 나온 내용들만 해도 충분히 탄핵감”이라며 “야3당의 탄핵소추안이 세부 내용에서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방향은 같으니 쉽게 공동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초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2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점을 감안해 9일 탄핵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권의 총 의석수는 171석이며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까지 합쳐 172석이다. 172명 모두가 탄핵에 찬성한다 해도 새누리당에서 최소 2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여당 내 비주류계 의원들 40여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기명투표이다 보니 장담하기 어렵다. 야권 내 이탈표 발생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올해 예산안에는 여야 입장차가 뚜렷한 누리과정 예산과 법인세·소득세 인상안 문제가 걸려있어 그 과정에서 여야 충돌이 발생해 탄핵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 탄핵의 한 축인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에게 9일 탄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3당 원내대표들 역시 지난 24일 국회 회동에서 특정 날짜를 못 박지 않고 ‘정기국회 내 처리’라고 합의해 마지막까지 탄핵 동력을 모은다는 자세였다.
그러나 26일 촛불집회에서 국민들은 궂은 날씨에도 정치권의 예상을 뛰어넘는 분노를 보여줬고, 박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 역시 4%로 역대 최저치를 스스로 경신하는 상황에서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여야 정치권에서 확산됐다. 9일이 아닌 2일 처리에 무게가 쏠린 이유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될 경우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그 시점부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
야3당은 탄핵소추와 함께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등 ‘삼각 포위망’을 구축해 박 대통령 퇴진 드라이브를 이어갈 계획이다.
우선 야3당은 오는 29일까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추천한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늦어도 다음달 2일까지 특검 한명을 임명해야 한다. 임명 즉시 특검은 기본 90일, 최장 120일간 활동에 착수한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도 오는 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 대검찰청,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이번 게이트와 관련된 국가기관을 상대로 첫 기관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 특혜와 박 대통령의 의약품 대리처방 의혹 등이 다뤄질 예정이며, 다음달 7일로 예정된 2차 청문회 증인 채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특혜 의혹과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완선 국민연금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의 증인 채택 여부에 주목된다.
이외에도 검찰은 박 대통령에게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도록 최후 통첩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인을 통해 검찰수사의 편파성을 주장하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녹취파일을 언급하며 “단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 “대통령이 어떻게 저 정도로 무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발언을 언론에 흘리며 압박에 나섰다.
이 같은 국면에서 박 대통령이 일종의 여론 반전카드로 ‘3차 대국민 담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담화 시점은 29일 전후가 유력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1·2차 대국민 담화가 거짓해명 논란 등으로 국민 분노만 키웠기에, 3차 담화 역시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야3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