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긁는 우리아이…'소아중이염' 일수도

이관구조, 성인과 달라 걸리기 쉬워…방치하면 청력손실 및 언어 장애

입력 : 2016-11-3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최 모(41)씨는 감기와 귀의 진물로 인해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딸아이 걱정이 많았다. 아이가 귀가 아프고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겠다며 칭얼거리기 일쑤였다. 결국 최 씨는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귀를 자주 긁고 아파했던 이유가 '중이염'때문임을 알게 됐다.
 
실내 외 온도 차이가 큰 겨울은 면역력이 쉽게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쉬운 시기다. 이 시기 겨울 감기에 잘 거리거나 중이염 병력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가 중이염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이염을 앓는 아이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청력 저하, 난청, 고막천공을 동반한 만성중이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메디힐병원의 도움말을 통해 유아 중이염에 대해 알아본다.
 
중이염은 소아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감염 중 가장 흔한 질병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이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39만여 명에 달했다. 이 중 10세 미만 소아 환자는 57%를 차지했다. 또한 3세 이하 영유아 중 약 66%가 1회 이상 중이염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이염은 감기나 비염의 합병증으로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고막 속 공기가 차있는 부분인 중이강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으로, 귀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발열을 동반하는 것을 급성 중이염, 고막의 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된 상태를 만성 중이염이라 한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귀에 있는 이관이 수평에 가까운 모양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콧물 등의 분비물이 귀로 흘러 들어가기 쉬워 중이염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 중이염을 감기로 여겨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아의 경우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청력이 저하돼 언어 발달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중이염 증상을 잘 모르는데다, 정확한 의사표현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에게 중이염이 생기면 저녁이나 새벽에 심한 통증과 열이 나면서 울면서 깨어나는 일이 생긴다. 귀를 계속 만지거나 잡아당기며 울거나 귀에서 진물이 흐르게 된다. 또한 귓속에 고름이 차 흘러나오기도 한다. 만일 아이가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거나 TV 볼륨을 높이는 등의 행동이 나타나면 중이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증상에 따라 발열, 구역, 구토, 어지러움 등의 감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정용수 메디힐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은 "중이염은 주로 감기를 앓은 다음 발생하며 이후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겉으로 진단하기가 어려워 방치되기가 쉽다"면서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난청, 학습능력 저하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귀 안의 상태는 육안으로 보아서는 판단하기 어렵고 아이의 성향에 따라 통증을 견디고 표현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귀를 자꾸 만지고 긁는 등의 중이염 증상이 보이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이염은 항생제 처방을 통해 치유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10일 이상 2~3주 가량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항생제 반응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이염을 일으키는 감기를 예방하고 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약을 중단하면 안된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균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복용을 계속해야 한다. 아이가 비염을 앓고 있다면 항히스타민제와 점막수축제가 투여되며 통증과 함께 열이 심하게 나면 진통제나 해열제가 병용된다.
 
중이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 위생상태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외출 후 손발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대기가 건조하므로, 따뜻한 음료를 충분히 섭취해 코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면봉으로 닦아내기보다 귀 입구만 화장지로 닦아내고 헤어드라이어나 자연 바람을 약하게 쏘여 자연스럽게 건조하는 것이 좋다.
 
중이염 발병률이 특히 높은 3세 미만 유아의 경우 젖병은 첫돌까지만 사용하고 누워서 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유할 때는 아이의 머리가 배보다 높이 올라간 자세를 유지해 우유가 이관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노리개젖꼭지는 생후 6개월까지만 사용해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정용수 과장은 "중이염은 감기와 함께 찾아오기 때문에 감기가 나으면 상태가 좋아지지만 초기에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화돼 청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며 "중이염이 심해지면 귀에서 진물이나 고름이 나온다면 고막천공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때 솜이나 휴지 등으로 귀를 막으면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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