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계약 파문에 방향 잃은 원전주

두산에너빌리티, 전일에 이어 3%↓… 원전주 이틀째 하락
"중장기 수출 가능성 제약 가능성" 비관론 제기
"기존 가치 산정 변함 없어…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입력 : 2025-08-20 오후 3:53:49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웨스팅하우스(WEC)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의 '50년 계약'에 원전주가 방향을 잃었습니다. 이번 협정이 로열티 지불을 넘어서 한국 원전의 중장기 수출 가능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옵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이번 가격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과거 사례를 봤을 때 'V 자' 반등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제기됩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전일보다 2100원(3.53%) 하락한 5만74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같은 원전 관련주로 꼽히는 한전KPS(051600), 한전기술(052690)도 각각 2.21%, 3.65% 하락하며 장을 마쳤습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연말(12월30일 종가 1만7550원)대비 올해 6월 말 최고가(7만4100원)까지 약 300% 넘게 상승하면서 대표적 원전주로 자리매김해왔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9일 하루에만 12.60%(8200원) 하락했습니다. 이날에도 한때 5만1100원까지 떨어졌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회복한 모습입니다. 이날에만 개인과 외국인이 6000억원 넘게 매도했으나 기관이 5000억원 이상 사들였습니다. 기술 사용 로열티·물품 구매 계약과 시장 진출 제한 등이 담긴 계약으로 인해 원전 수익이 WEC에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추가 수주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불안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날 알려진 한수원(한전)과 WEC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한수원이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WEC와 체결하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에도 WEC의 '기술 자립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조건도 들어갔습니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 합의로 인해 북미, 유럽, 우크라이 등 신규 시장 진출도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는 국가로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프리카, 남미 등입니다. 하지만 북미나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 영국 등에는 WEC만 진출할 수 있습니다. 작년 7월 한수원 등이 체코에 원전 수출을 계기로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수원의 황주호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불리한 협상으로만 볼 수 없다"며 한국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협약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상규명을 지시한 상태입니다. 
 
이를 두고, 이번 협정이 로열티 지불을 넘어서 한국 원전의 중장기 수출 가능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분석이 제기됩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체코 원전 수주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원전 산업의 자율성과 시장 다변화 가능성은 낮아져 기존 기대하던 중장기 미국 수출 스토리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협정 내용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며, 국내 원전 밸류 체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에너지산업이고, 소수 국가가 장악하는 방산산업이며 다자 간·개별 협정이라는 점에서, 원전 수출 시 미국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협정이었다는 평가까지 있습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WEC 합의 뉴스는 이미 1월에 알려진 것으로, 한국 원전 건설 때보다 해외 수출이 수익성이 낮아졌지만, 프로젝트 수주 때마다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낮아져서 제3국 수출 확대 및 미국 원전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 점에 집중할 필요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주요 원전 민간기업들은 국내외 성공적인 원전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WEC를 비롯한 해외 SMR 설계 기업들과 직접 협력 관계를 체결하고 있어 한국형 원전 외의 파이프라인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에 이번 협정이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원전 사업이 국가 주도 사업으로서 민간에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이라, 과거에도 정치적 불확실성과 비영업적 리스크가 단기적 급락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면서 "돌아보면 1일~1주일 내로 저점이 형성된 사례가 다수여서, 이번에도 V 자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NH증권 역시 이번 협정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한전KPS 의 기업가치 산정에서 바뀌는 부분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보라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