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주택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금융부채액이 부동산 가치와 금융자산의 합을 초과하는 가구가 금융권에 끼치는 손실액이 20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하락문제가 기업부채 부실과 동반해 발생할 경우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주택가격 변화가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같은 상황에서 가계가 보유한 총자산과 부채를 비교했을 때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가구로 인한 손실액도 15조2000억원, 금융부채액이 부동산 가치의 60%와 금융자산의 합을 초과하는 가구로 인한 손실액도 28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각 유형별 위험군의 금융손실액을 고려했을 때 국내 금융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유병별로 각각 -1.4%,-1.0%,-2.0%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영진 예정처 경제분석관은 “주택 가격 하락 시 예상되는 금융권 손실액을 고려한 국내 금융권의 BIS 비율은 1등급 기준(10%)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기업부채 부실이 주택가격 하락과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충격’을 고려하면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보장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복합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 중에서도 특수은행의 안정성이 문제가 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금융당국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인하로 가계가 채무불이행 등에 빠지면 소비를 감소시키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을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분석관은 “고위험유형 가구들의 50% 이상이 저소득층에 몰려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계층에 초점을 맞춘 가계부채 대책이 필요하다”며 “제2금융권에서 제1금융권으로의 대환대출, 고정금리 대출 비중 증가 등 금융권의 대출구조 개선 노력과 가계 스스로 대출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