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중소기업계에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지속된 내수 위축 속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사태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는 지난 9월말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시작으로 악재의 연속이라는 비명이다. 인천에서 축산물 조달업을 하는 한 소기업 대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돌아오는 설 명절도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법 시행 한 달 후인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김영란법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70.8%는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절반이 넘는 곳이 사업 축소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었다.
미국 대선 결과 역시 불확실성을 키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검토와 보호무역주의 회귀 등을 주장해왔다.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순실 사태까지 위기감을 더했다. 국가 브랜드와 재계 이미지의 실추 여파가 중소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대기업에 비해 환경 변화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받는 타격은 더 클 것"이라며 "정부의 수출 지원 속에 해외로 눈돌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잇단 악재로 해외 진출의 길이 막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은 "해외 바이어와 계약할 때 국내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이 계약 성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출 중심인 기업이나 해외 개척을 목표로 하는 기업 모두가 울상"이라고 말했다.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의 이중 덫에 걸린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는 내년도 사업을 앞당겼다. 중소기업청은 내년에 이뤄진 30개 주요 사업을 조기 추진하기로 했다. 분야별 통합공고를 이달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공고부터 업체 선정까지 전체 사업추진 기간도 단축했다. 짧게는 2일에서 많게는 50일까지 소요된다. 올해보다 평균 1개월가량 단축된다.
중기청은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정책자금, R&D, 창업, 수출 분야 등의 세부사업을 묶어 이달 중에 통합 공고하고, 이달 말부터 개별사업별 공고를 통해 세부적인 사업내용 및 지원대상, 지원조건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2016년 12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결과,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