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최순실씨와 삼성의 수상한 거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특히 김재열(48)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의 혐의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장시호씨측에 건너간 16억 등이 김 사장의 평창올림픽조직위 부위원장직 등 잇단 스포츠계 요직 확보와 연관이 있는 지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직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김 사장이 실제 비선실세들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뇌물죄 적용이 불가피하다.
스포츠계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1일 "검찰이 김재열 사장의 뇌물죄 적용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2차례 소환 이전인 수사 초기 이미 구체적인 혐의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지난달 15일 삼성그룹 서초사옥 내 제일기획 사무실과 김 사장의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데 이어 17일과 27일 두 차례나 김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장시호씨가 세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을 지원한 배경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것이고 재소환 계획이 있거나 특별히 대가성을 살펴본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다만 여전히 수사 중인 사안인만큼 상황이 바뀔 수는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수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 김재열 제일기회 스포츠사업총괄부문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체육계에서는 김 사장이 그동안 IOC 위원 자리를 목표로 활발히 움직이면서 이 정부 들어 체육 행정의 요직을 두루 맡는 과정에서 최순실씨측의 도움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와 2022년 임기 만료를 고려해 이를 승계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는 게 체육계의 중론이다.
김 사장은 2011년 3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으며 체육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같은 해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 참석하며 체육 행정인의 입지를 다졌다. 이 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됐는데, 김 사장이 이건희 IOC 위원을 그림자처럼 보좌해 화제가 됐다. 한 체육계 인사는 "IOC 위원은 국제 인맥이 필수인데 이건희 회장 옆에서 김재열 사장이 그런 것들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6월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집행위원에 당선됐다. IOC 위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힘 있는 자리다.
◇2011년 7월7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이건희 IOC 위원(가운데)과 김재열 재일기획 사장(오른쪽·당시 대한빙상연맹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제공
몇 차례 구설도 있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김 사장이 선수단 단장을 맡았는데, 스키협회장이 내정됐던 자리를 갑작스레 빼앗았다는 뒷말이 나왔다. 당시 스키협회 회장이 사퇴한 일도 있다. 지난 6월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조직 개편을 하면서 새로 국제부위원장직을 만들어 김 사장을 추대한 것이 논란이 됐다. 없던 자리를 만들어서까지 김 사장을 배려한 것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김 사장 추대 한 달 전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비선실세들의 사퇴 압박을 받고 물러난 것으로 최근 밝혀지면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IOC 위원은 전 세계 100명 안팎으로 구성된 희소성 때문에 여러 유력 인사들이 탐내는 명예직으로 꼽힌다.국내에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해 최태원 SK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차기 IOC 위원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엔 2022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건희 위원과 지난 8월 선수자격으로 출마해 당선된 유승민 위원이 활동 중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