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극적 감산 합의에 정유업계 '반색'

단기적 실적에 긍정적…"내년 이행 여부 지켜봐야"

입력 : 2016-12-01 오후 4:50:43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산유국들의 감산(減産) 합의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 에쓰오일(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방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재고에서 이익이 생기며 4분기 실적에 파란불이 켜졌다. 다만 산유국들이 합의 내용을 실제로 준수할 지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는 내년 1월 말쯤 다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부정적인 예상을 깨고 하루 120만배럴 감산에 전격 합의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총회에서 내년 1~6월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3250만배럴로 줄이기로 하고, 비OPEC 국가 중 생산량 1위인 러시아도 하루 30만배럴씩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정유업계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면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그동안 저렴하게 사둔 원유를 정제해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아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해 높은 수익을 얻을 것"이라며 "다만 저렴하게 사둔 재고가 소진되고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안정되는 시기가 오면, 원유 상승 속도에 비해 제품가격 상승 속도가 느려지며 정제마진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단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올라 수익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경제적 상황에 놓인 OPEC 회원국들이 감산합의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가 55~65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산유국들은 감산 시행 전인 올해 말까지 우선 산유량을 최대한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실제 각국의 감산량을 알 수 있는 1월 말쯤이 되면, 결과에 따라 유가 상승의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오 연구위원은 "유가가 산유국들이 의도한 만큼 올라간다면 감산 준수율이 높아질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각국이 재정 수입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감산 합의를 위반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폭이 커져 저유가 시대가 끝날 경우, 셰일이나 석탄 보다 원가경쟁력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사업을 재개할 수 있어 긍정적이며, 항공업계는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타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장관들이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본부에 모여 회의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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