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올해 고배당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정유4사의 합계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재무건전성도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배당주'로 유명한 에쓰오일(
S-Oil(010950))의 경우 현재 'RUC·ODC(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 건설에 5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총 현금배당액 비율)을 기존 40~50%에서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그러나 이미 설비투자 자금 대부분을 현금으로 확보하면서 배당성향이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1조48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정유 부문의 실적 악화로 1162억원에 그치며 업계 4위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높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어 4분기 실적이 양호하다면 배당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4조원을 상회하고,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9% 수준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모회사인 아람코가 아시아지역 M&A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크다는 점도 고배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되는 2018년에는 주당 배당금이 6000원을 상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올해 3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며 고배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아직 올해가 마무리되지 않아 구체적인 배당규모를 언급하기 이르다"면서도 "최근 차입금 감소 등 회사 경영 상황을 봤을 때 주당 3200원보다 배당액을 상당폭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시장의 기대를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경영악화로 34년만에 '무배당'을 실시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실적을 다시 회복하며 창사이래 최고 수준인 주당 4800원, 총 4474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비상장법인인 GS칼텍스는 총 5390억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하면서, 지분을 50%씩 보유한 GS에너지와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이 2700억원씩 배당금을 받은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뒤 처음으로 총 3063억5300만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 91.13%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279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지난 5월 울산 광역시 울주군 온산읍의 옛 석유공사 부지에서 에쓰오일의 RUC&ODC 프로젝트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