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현대미포조선(010620)은 최근 독일 버나드슐테(Bernhard Schulte)사로부터 7500㎥급 LNG벙커링선(Bunkering) 1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LNG벙커링선은 LNG추진선에 LNG를 공급하는 선박이다. 이번 계약에는 1척의 옵션이 포함돼 있어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현대미포조선이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길이 117m, 폭 20m, 높이 10.3m 규모이며, 오는 2018년 하반기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특히 수주계약식에는 현대중공업그룹 선박영업부문장인 박승용 전무와 함께 현대미포조선의 강원식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수주에 힘을 보탰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유례없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영효율화 노력과 함께 안정적인 노사관계 유지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향후 노사가 합심해 추가수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슐테사와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들이 LNG벙커링선 수주계약식을 체결하기 위해 함께 모여있다. 사진/현대미포조선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친환경 LNG(액화천연가스)를 주요 연료로 이용하는 선박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LNG벙커링선도 차세대 친환경 선박이자 LNG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PC탱커(석유제품 운반선)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PC탱커 수요 증가율은 평균 3.7%로 원유운반선 평균 0.3%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시장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앞으로도 PC탱커 수요가 원유 운반선보다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석유 공급과잉은 정제수요를 높여 석유제품 수출을 늘리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에서도 석유정제 가동률은 급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석유제품 수입량의 중심은 유럽과 동남아 지역인데, 유럽지역에서는 지난 10년간 석유수요가 10% 줄었음에도 석유제품 수입량은 3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외신은 현대중공업이 이란 국영선사인 이리슬로부터 1만43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 5만DWT급 중형 탱커선 6척 등 총 10척의 선박을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계약 규모는 7622억원 규모로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한 척 당 가격은 각각 1억1000만 달러, 3500만 달러로 알려졌다. 선박인도는 오는 2018년 3분기부터다.
앞서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009540) 계열사인 현대미포선은 이리슬과 석유제품선 10철, 벌크선 7척 등에 대한 선박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2011년 이란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벌크선 1척을 제외한 16척의 건조가 전면 취소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때 지불한 계약금이 묶여버린 점이 현대중공업의 수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